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사업을 공식 포기한 이후부터 극비리에 진행된 사실이 정부 비밀 문서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자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선공약이었던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며 사실상 대운하사업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2009년 6월 29일에도 이 전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고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감언이설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토부 감사과정에서 수거해온 컴퓨터에 저장된 비밀문서들을 통해 이같은 사기극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내부용으로 만든 이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는 최근 감사원이 민주당 김현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 일부를 입수해 공개했다.
2009년 2월 13일 작성된 '주요쟁점 업무협의 결과보고'라는 문서를 보면 MB정부는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에도 대운하안을 폐기 처분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박영준 국무차장은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채 4대강 사업을 진행하라고 국토부에 주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진= 경기도 여주 이포보 전경. 청와대사진기자단
감사원이 김현 의원에게 제출한 7월 18일자 '감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2일 균형위안을 보고 받은 뒤 이상기후에 따른 홍수 및 가뭄에 대비해 사업을 실시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장래 예상되는 물부족 발생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준설 및 보 설치로 확보되는 수자원량을 부각할 것과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2월 9일 대통령실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상당부분 연구가 진행된 대운하 설계자료도 검토해 4대강 사업에 필요한 부분은 활용되어야 한다. 대운하설계팀과 금주중 추진방안을 마련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들에 비춰볼때 당초 13조 9000억원을 들여 4개보를 건설하고 2.2억m³의 모래를 준설하기로 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2조원을 들여 16개 보를 세우고 8억m³의 물을 가둔 사실상 대운하사업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 향후 적잖은 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