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국회의원들 역시 속속 휴가를 떠나고 있다. 의원실마다 휴가 스타일이 달라 뒷말도 무성하다. 대부분 의원실은 돌아가면서 일주일씩 휴가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비서 한두 명만 남기고 일주일을 통째로 비우거나 의원 지역구로 휴가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 역시 ‘갑을 관계’가 고스란히 적용되는 곳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은 소신 있게 휴가를 떠나는 다른 보좌관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는 “지난해 큰 맘 먹고 해외로 나갔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와서 업무 지시를 내려야만 했다. 쓸 데 없는 것들을 묻는 통에 전혀 쉴 기분이 안 났다”며 “그냥 마음 편히 의원이 쉴 때 같이 쉬는 게 낫다”고 전했다.
이런 보좌관도 비서관들에겐 갑이다. 요즘은 고참 보좌관들이 휴가 업무를 관장하는 경우가 많아 ‘영감(보좌진들이 국회의원을 부르는 말)’보다 더 눈치를 살펴야 일주일 휴가가 허락된다는 것. 새누리당 소속 한 비서가 “다음주가 오는 게 싫다. 휴가 중인 보좌관이 돌아온다”고 말하자 다른 비서는 “나는 다음 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보좌관이 휴가라 일주일이 평화로울 것 같다”는 사담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은 휴가 가기가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 보좌관은 몇 달 전부터 자녀와 워터파크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자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 보좌관은 “당의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 않나. 영감님이 휴가를 다녀오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라며 “본인이 아랫사람들 생각해서 눈치껏 먼저 다녀오면 좋을 텐데. 그런 배려가 아쉽다”고 전했다.
물론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실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평소 강성 이미지가 뚜렷한 해당 의원은 자기 보좌진에게만은 다정하다. 이 의원은 휴가가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선임 보좌관부터 말단 인턴까지 강제로 세세한 업무대행계획까지 포함된 휴가계획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덕분에 해당 의원실 보좌진들은 기분 좋은 여름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보좌관은 “여름이 지나면 곧 국감(국정감사)이다. 그야말로 의원실마다 전쟁이 시작된다. 휴가는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