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사장이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합성=송유진 기자
조 사장이 눈에 띄게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재계에서는 조만간 조 사장이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에 이어 효성의 2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막내 조현상 부사장 역시 꾸준히 지분을 늘려 지난해 5월 7.79%에서 8.76%로 1년 동안 0.97% 늘렸다. 그러나 조현준 사장의 지분 확대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실 조 사장을 비롯해 효성그룹 형제들의 지분 매입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효성 관계자는 “주가 하락 시 오너 일가의 주식 매입은 오래된 일”이라면서 “주가도 방어할 수 있고 저가 매입이라는 매력도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실제로 지난 2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적지 않은 지분마저 한꺼번에 정리하며 그룹에서 떠난 후부터 조 사장의 행보는 유난히 바빠진 듯 비쳤다.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기 직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주)효성 지분은 7.18%로 다른 두 형제와 비슷했다. 그러나 지난 7월 2일 현재 조 전 부사장의 (주)효성 지분은 0.34%로 어머니 송광자 씨(0.47%)보다 적다.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떠난 셈이다.
동생이 떠나자마자 조 사장은 지난 4월 독일과 폴란드 등을 돌며 지역 업체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효성이 개발한 섬유제품을 직접 알리는가 하면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섬유제품 관련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세계를 돌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룹의 섬유PG(부문)장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할 때 발걸음이 부쩍 바빠진 데다 목소리가 한층 높아져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떠난 후 수개월간 PG장이 공석으로 돼 있는 중공업부문을 조현준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 오간다. 조 사장이 중공업부문 사업 진행 상황과 세부 업무 파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비록 중공업PG장이 공석이긴 하지만 그 밑 PU장들이 책임경영을 하고 있어 사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 큰 틀에서는 (이상운) 부회장께서 챙기고 있다”며 “조 사장은 그룹 전략본부장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 부문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두고 후계구도가 확립됐다는 식의 해석은 무리”라고 밝혔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효성에 잇단 소송… 앙금 있나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 전 부사장은 또 지난 7월 29일에는 더클래스효성 등 효성 계열사 4곳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시장 등의 상황을 볼 때 이익이 나야 함에도 적자를 기록하거나 그 폭이 늘어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미국 하버드대 법학박사 출신의 조 전 부사장이 그룹에서 나온 직후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로 자리를 옮겼을 때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경영보다 전공을 살려 법조인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법무법인 현 측은 조현문 고문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여전히 알리기를 꺼린다.
조 전 부사장이 독자 경영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5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륭실업의 대표이사직에 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이자로 41억 50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동륭실업은 효성그룹 부동산 임대사업 계열사다. 효성 지분 매각으로 조 전 부사장은 12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 관계자는 “동륭실업 자금 지원이나 효성 계열사 상대 소송은 법무법인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