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영화 <마더>를 추억하며 새긴 가슴 문신 외에도 오른 손등에 <설국열차>를 기념하는 문신을 하나 더 추가할 계획이다. 사진은 <설국열차> 언론시사회 모습. 최준필 기자
영화 <설국열차>로 4년 만에 복귀하는 봉준호 감독에게 문신은 ‘아픔’이자 ‘기억’이다. 봉준호 감독의 왼쪽 가슴부터 어깨 부근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영화 <마더>에서 전남 장흥교도소 근처를 지나던 주인공 김혜자가 버스 창밖으로 보던 나무를 가슴에 새겼다. 열정을 다해 만든 영화를 떠나보내지 못해 체득한 셈이다.
이 문신은 <마더>를 마친 후 홍경표 촬영감독의 소개로 만난 홍익대 인근 한 타투이스트의 작품이다. 봉 감독은 하루 2시간씩 무려 5차례 시술을 받고 이 문신을 완성했다. 고통이 대단했지만 그는 즐겼다.
“치과 가듯이 가면서 새겼다”고 운을 뗀 봉준호 감독은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더라. 자학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되게 아프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 <설국열차>가 끝나면 오른 손등에 하나 더 새기려 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만큼이나 문신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수 허각도 문신 연예인 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왼쪽 등에는 마이크에 왕관을 얹은 모양의 문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밑에는 ‘리틀 자이언트’라는 글도 넣었다.
생활고로 시달리면서도 가수의 꿈을 잃지 않던 허각에게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2> 우승은 꿈이자 환상이었다. 당시의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몸에 이 같은 문신을 새겼다. ‘리틀 자이언트’는 가수로 공식 데뷔할 때 팬클럽 회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에게 문신은 초심을 잃지 말자는 자기 주문과도 같다.
왼쪽부터 소지섭, 허각, 차승원.
내용은 철학적이고 교훈적이다. 등과 팔에 있는 ‘토일(Toil)’과 ‘티어(Tear)’는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이 연설한 내용의 일부다. 이 외에도 평소 빈민 아동 구제와 관심이 많은 졸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중시하자는 의미에서 ‘노우 유어 라이트(Know your right)’라는 문구도 새겼다. 자신의 인생 지침을 잊지 않기 위해 몸으로 기억하는 셈이다.
배우 소지섭도 비슷한 이유로 문신을 활용한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평소 예의바르고 깍듯하기로 소문난 그는 등과 어깨, 팔 등에 문신을 새겼다. 어깨의 ‘킹덤(KINGDOM)’은 호텔리어가 되길 원했던 소지섭이 자신의 꿈을 잊지 않으려 넣은 단어다. 이 외에도 ‘초심을 잃지 말자’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말 즐겁고 사랑하며 살자’ 등의 의미를 담은 문신이 그의 몸 곳곳에 아로 새겨져 있다. “문신을 새기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일탈”이라고 말하는 소지섭이 문신을 새긴 이유는 “타투는 내가 연기생활에 준 장애물이고, 장애물이 있으면 일의 소중함을 느낀다”였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문신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외국에서는 잉글랜드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은 아내 빅토리아의 이름과 아들 3명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 사랑의 징표로 만들었다.
배우 차승원은 같은 이유로 문신을 선택했다. 그의 어깨에는 ‘Rachel’(라헬)이라는 이름과 함께 여자 천사의 모습이 또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차승원의 딸 예니 양의 천주교 세례명이다.
배우 최민수 역시 자신의 몸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또한 그는 오랫동안 사용한 그의 휴대폰 번호와 별 등을 몸에 간직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문신은 일기를 쓰듯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의 감정들을 하나하나씩 새겨 넣은 것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문신도 패션
달샤벳 다리 타투 ‘눈이 가네’
달샤벳 멤버들의 독특한 다리 타투. 사진제공=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가수 이효리는 오른 팔뚝에 있는 레테링 문신 외에도 신체 곳곳을 문신으로 채웠다. 가수 구준엽의 왼쪽 어깨부분에 새겨진 용은 그가 춤을 출 때마다 근육의 굴곡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으로 춤을 춘다.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들이 일시적인 문신 효과를 주는 헤나를 새기고 무대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컴백한 가수 김현중은 도깨비와 단청 등 한국적인 색채가 풍기는 문신을 선택했고 ‘내 다리를 봐’로 활동한 걸그룹 달샤벳은 멤버들마다 다리에 독특한 문양의 타투를 해 이목을 끌었다. 이 외에 ‘여자 대통령’으로 인기몰이 중인 걸그룹 걸스데이는 4명 멤버 모두 손에 레터링 문신을 새겨 그들의 안무 포인트를 경례 춤을 출 때마다 드러나게 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문신은 대중의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방송심의도 완화돼 지나치게 큰 문신은 테이핑으로 감춰야 하지만 헤나와 같은 작은 문신은 용인해준다”며 “하지만 스타들의 문신 문화가 자칫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모방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문신 노출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