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한 이광재 실장. 청와대 내 386 인사들은 그와 관련한 의혹이 ‘오해’ 라고 역설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지난 18일 언론에 공개한 ‘사퇴의 변’ 중 한 대목이다. 8개월이 채 되지 못하는 국정상황실장 재임 기간 중 이번을 제외하고도 “다섯 번이나 사표를 썼다”는 이 실장이 그동안 ‘젊은 실세’로서 겪었던 마음 고생이 배어 있는 말이다.
청와대 내 386인사들은 무엇보다 이 실장을 겨냥한 “권력과 정보를 독점했다”는 ‘오해’에 대해 불만 겸 하소연을 표출했다. 이 실장은 사표 제출 전날 일부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대통령과 1:1 대면보고는 8개월간 10회를 넘지 않았으며,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는 국정상황실의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작성해 내부 전산망으로 전달하는데 어떻게 정보와 권력이 독점될 수 있겠느냐”며 항변했다.
한 386 관계자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 보고서도 각 수석 및 보좌관실에 관련 내용이 전달된다”며 “굳이 국정상황실이 다른 부서와 차별성을 갖는다면 종합부서인 만큼 비서실장실과 함께 전체 부서의 텍스트를 다 본다는 것뿐”이라고 ‘정보 독점’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실장에 대한 유·무형의 음해 중 상당수가 정보기관들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실장이 이들 기관들과 껄끄러웠던 관계였던 점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권력 독점’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이 많다. 이 실장은 “청와대 입성 후 나온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고 택시로 출퇴근하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에만 전념하는 등 정말 조심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바르게 해 보려고 노력해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이 실장은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오랜 지인들은 물론 심지어 청와대 내 다른 386 참모들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접촉을 삼가는 등 처신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의 조심스런 행보는 청와대 입성 당시부터 시작됐다. 1급 비서관을 마다하고 2급 비서관을 자원했으며 공무원들이 협의를 하러 오면 문밖에까지 나가서 인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그는 소장한 책이 7천 권이 될 정도로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자주 광화문의 서점을 찾았다. 또 일각에선 그가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돌았지만 사실 그는 골프를 전혀 칠 줄 모른다.
청와대 내 또 다른 386 인사는 “이광재 실장은 조심하느라 그러했던 것 같은데 그게 나중에는 ‘이광재가 너무 독주한다’는 비판으로 꼬여갔던 면이 있다”며 “특히 외부인사들과 연락을 끊는 바람에 ‘잘나간다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대신 들어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것 역시 이 실장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386참모들은 또 이 실장을 ‘낙마’ 위기로 몰고 간 통합신당 천정배 의원을 강도 높게 성토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인사는 “이 실장은 통합신당측이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만든 ‘희생양’일 뿐”이라며 “특히 천 의원이 이 실장을 ‘집권 4년차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비유한 것은 지나친 사감(私感)의 발로로 같은 ‘노무현의 사람’으로서 금도를 넘어선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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