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가 있는 세종시를 찾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아예 1박2일 일정으로 기재부를 찾았다. 지난 7일 오전 9시에 잡혀있던 기재부 방문 일정에 맞추기 위해 하루 전인 6일 세종시에 도착해 묵은 것이다. 피서차량들이 강원도로 몰리면서 7일 새벽에 출발해서는 시간에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원도는 내년도에 원주-강릉 복선전철(7000억 원), 동해고속도로(1582억 원),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580억 원) 등에 필요한 4조 8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제주도는 아예 세종시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세종사무소를 설치한 지자체로는 충청북도와 강원도에 이어 3번째지만 세종시 시내에 사무소를 둔 것은 제주도가 처음이다. 충북과 강원도 세종사무소는 오송읍에 마련되어 있다. 기재부와 예산 협의를 위해서는 세종시를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 제주도에서 세종시로 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게다가 세종시 인근에 숙박시설도 부족해 상주 인력을 두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기재부를 방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지자체가 기재부 옆에 오려는 것은 예산심의 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재부 예산실의 예산심의는 속칭 ‘인민재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험하게(?) 진행된다. 심의는 예산실장과 예산실 국장 등 10명의 심의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예산 과장과 사무관이 담당 지자체나 부처 예산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심의위원들은 사업 근거 및 예산 규모 적정 규모를 꼬치꼬치 캐묻는데 담당 과장과 사무관이 방어에 실패할 경우 예산은 대폭 수정된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들은 담당 과장과 사무관에게 사업 및 예산 필요성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어 기재부를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각 부처들에서도 나타난다. 과천에 있을 때 이따금 보였던 군 장교들이 세종시에서는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계룡대에서 세종시까지 차로 30분 정도면 올 수 있다 보니 예산을 협의하기 위해 기재부를 찾는 예산담당 장교들의 발걸음이 늘어난 탓이다. 통계청이나 조달청, 특허청 등 대전에 있는 공무원들도 과거 3시간 이상 걸리던 기재부까지의 거리가 30분 안으로 좁혀들자 표정이 밝아졌다.
반면 서울과 과천에 위치한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들과 만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종시까지 가는 일도 버겁거니와 예산실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도 많아서 자칫 잘못할 경우 길에서 하루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년도에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업의 경우 예산이 크게 삭감될 가능성이 있어 해당 부처나 지자체 모두 신경이 예민해진 상황”이라며 “기재부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지자체나 부처들은 속이 타들어 갈 것”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