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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당한 로비스트 지난 14일 공판에서 최규선씨는 ‘달변’과 ‘다변’으로 방청객을 놀라게 했다. 사진은 지난 4월16일 검찰 출두 모습. | ||
지난 14일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 사건 공판에 대통령 3남 김홍걸씨 등과 함께 출석한 최씨는 시종 특유의 달변과 장황한 논리로 변호인 등의 신문에 응해 방청객들로부터 ‘최규선답다’는 말을 들었다.
최씨는 이날 공판에서 김홍걸씨와 함께 추진했다 물거품이 되고 만 다국적 벤처투자회사 설립과 관련, ‘꿈은 이루어진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는가 하면 검찰조사 때 기업체 로비와 관련해 정권 고위 인사의 이름을 거론한 것으로 밝혀져 법정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반면 옥중의 황태자 김홍걸씨는 내내 고개를 숙이며 최소한의 발언만 해 최씨와 대조를 이뤘다. 이날 법정의 주요 장면들을 ‘리플레이’했다.
지난 8월14일 오후 2시15분께 서울지법 311호 법정.
피고인 출입문으로 감색 양복 차림의 김홍걸씨가 들어섰다.
김씨는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 뒤 출입문에서 손을 떼려다 말고 주춤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홍걸씨 뒤에선 ‘희대의 로비스트’ 최규선씨가 검은색 양복을 입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최씨의 뒤를 이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씨가 조금 초췌하고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들어왔다.
이날 공판은 홍걸씨측 변호인인 조석현 변호사의 최규선씨에 대한 반대신문 위주로 진행됐다. 조 변호사의 첫 질문은 최씨가 홍걸씨와 함께 추진하던 다국적 벤처투자 회사 설립에 관한 것이었다.
최씨는 홍걸씨와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의 만남을 주선한 과정에 대해 “99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커피숍에서 홍걸씨를 만나 이 같은 제안을 했다”며 “얘기를 들은 홍걸씨가 ‘대우투자도 실패로 돌아갔는데 아직도 (알 왈리드 왕자를) 만날 수 있나요’라고 물었으며 이는 긍정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이날 만난 자리에서 홍걸씨가 내게 ‘연구활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한국에서 교수 자리를 얻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내성적인 홍걸씨가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들으며 나도 많이 놀랐다”고 밝혀 당시 홍걸씨가 장래 문제로 상당히 번민하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최씨가 알 왈리드 왕자와의 만남을 추진한 것은 그와 홍걸씨가 함께 세우려 했던 다국적 벤처투자회사의 설립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도 문제의 투자회사에 대해 아직도 강한 설립 의지를 품고 있음을 피력했다.
최씨는 투자회사 설립을 ‘우리의 숙원’이라고 표현하며 “홍걸씨가 현재의 여러 현실에 부딪혀서 투자회사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고 ‘망상’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꿈은) 반드시 현실로 이뤄질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 홍걸씨에 대한 극진한 예우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홍걸씨가 내게 하대(下待)를 했다’는 이전의 주장과 달리 “(우리는) 서로 존칭을 쓰는 사이”라며 “나는 홍걸씨를 동생처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치적인 꿈을 타의에 의해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 홍걸씨와의 만남이 많은 위로가 됐고 내게 결여될 수 있는 신중함을 보완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과 홍걸씨와의 특별했던 관계를 강조하던 최씨는 “오히려 홍걸씨가 저에게 ‘우리 처남 하청 좀 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는 “홍걸씨는 피고인의 인맥이 폭넓은 것을 보고 신뢰를 보낸 것 같은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냐”는 변호인측의 질문에 “내 자신이 엉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씨는 잠시 뒤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문화관광부 공무원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공무원들에게) 기피인물이 되어서 만나주지도 않는다”라고 이전의 진술과는 사뭇 다른 답변을 했다.
최씨는 또 이날 자신이 기업체로부터 받은 주식의 대가성과 관련해 나름의 ‘서비스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최씨는 송재빈 타이거풀스 대표로부터 타이거풀스 주식을 받은 데 대해 “공정한 사업자 선정을 위해 노력한 내 ‘서비스’의 대가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홍걸씨는 내가 주식을 받은 것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홍걸씨는 그 주식이 공동 명의로 되어 있는 줄 알고 있던데”라는 변호인측의 말에 “홍걸씨가 그런 사람이다. (홍걸씨가) 그렇게 책임감이 크다. 내가 그래서 (홍걸씨이게) 신뢰를 보내 왔다”라고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최씨 특유의 ‘서비스론’은 조폐공사 계약건과 창원 아파트 고도제한 해제 청탁건 등에 대한 신문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코스닥업체 D사 대표 박아무개씨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거 중요한 건데”라고 운을 떼며 “내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다. 김홍걸 몫이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규선씨는 D사로부터 5억원을 받은 뒤 홍걸씨에게 일부를 줬으며 이와는 별도로 컨설팅비 등의 명목으로 다시 10억원을 받았다.
최씨는 이날 재판에서 이 돈에 대해 “D사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를 홍걸씨에게 준 것은 향후 홍걸씨와 함께 벤처투자회사 설립시 경영이익금에서 정산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일종의 대여금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변호인의 반대신문 중에 ‘여권 고위층 인사가 이권 청탁 과정에 거명됐다’는 최씨의 검찰 진술 내용이 밝혀져 법정이 술렁이기도 했다.
문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은 김홍걸씨가 최규선씨와 함께 D사 대표를 만났다는 2001년 가을 무렵. 최씨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D사 대표 박씨가 ‘(창원 아파트) 고도제한에 대해 알아보니 청와대 한광옥 실장이 나서면 된답디다’라고 말하자 홍걸씨는 ‘그래요? 그럼 내가 한 실장을 한 번 만나보지요’라고 답했으며 이에 박씨가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2개(2억원)를 준비하지요’라고 말했다는 것.
최씨는 “이 진술이 맞는가”라는 변호인의 물음에 “진술한 그대로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홍걸씨는 이에 대해 “박씨를 처음 만나 10분 정도 대화를 나눈 것뿐”이라며 “그런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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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숙인 황태자 지난 14일 공판에서 김홍걸씨 는 고개를 숙인 채 최소한의 발언만 해 최규선씨 와 대조를 이뤘다. | ||
홍걸씨측 변호인은 “S사 대표 손씨가 홍걸씨에게 깍듯이 대하며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시라.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자존심 강한 홍걸씨 성격으로 볼 때 불쾌한 얘기가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최씨의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저는 그게 불쾌한지 못느꼈다”는 동문서답. 최씨는 변호인이 “아니, 피고인은 그럴지 모르겠는데 홍걸씨(의 경우)는 어떤가”라고 되묻자 그제서야 “잘 모르겠다”라고만 짧게 대답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최씨는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나서서 지적을 받았다. 단답식의 대답을 하며 필요한 부분에만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간 홍걸씨나 다소 지친 모습으로 소극적인 답변을 한 김희완씨와는 대조적인 모습.
홍걸씨측 변호인인 조 변호사는 이런 최씨에게 “지금 피고인(최규선)이 대통령 아들과 함께 재판을 받는다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 막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얘기해 달라”고 두 차례에 걸쳐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최씨의 달변(達辯)과 다변(多辯)이 계속 이어지자 이를 보다 못한 조 변호사는 “우리도 처벌 받아야 할 부분은 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아닌 건 아니라고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최씨를 질책하기도 했다.
한때 가까웠던 홍걸씨와 최씨는 2001년 9월 무렵부터 형식적인 인간관계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때 상황에 대해 “홍걸씨와의 국제전화가 도청을 당했으며 나 역시 정보기관에 불려가서 고생을 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때에도 멀어졌다고는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재판에선 최씨의 전 비서 천호영씨에 대한 최씨의 폭행죄 혐의가 추가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재판이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다음 공판으로 연기됐다.
김홍걸씨와 최규선씨 등이 법정을 빠져나간 지 15분여 만에 최씨가 앉았던 바로 그 피고인석에 앉은 사람은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 98년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함께 준비하던 이 두 사람이 연달아 같은 재판정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은 DJ 정권의 ‘권불 5년’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