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M&A 시장에서 거침없는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LA 기자간담회에서 케이스위스와 손잡고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통·패션 부문 M&A 역시 지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말엔 갤러리아 동백점을 인수하며 대전 지역에도 진출했으며,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 인수에 성공하며 스포츠 패션 브랜드 사업 확장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랜드의 M&A 시도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불발되긴 했지만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단 LA 다저스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건설업 진출도 꾀한 바 있다. 특히 LA 다저스 인수전 참여를 두고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랜드 관계자는 “LA에는 70만 명의 한인 교포가 살고 있는 등 여러 후광효과와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비싼 매입가를 뽑고도 남는다는 생각에 피터 오말리 전 구단주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지분 일부 인수를 실제로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우선 다저스 구장의 큰 주차장을 비롯해 엄청난 공간을 활용, 유통 사업을 할 생각이었고, 방송 사업권 등 여러 부수적 사업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실제 인수 의지가 있었든 없었든지 간에 이랜드는 이로 인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며 이름값을 높일 수 있었다. 올해 초 케이스위스 인수에 성공하며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해 LA다저스 인수전 참여로 인한 홍보효과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쌍용건설 인수 최종 무산 후에도 건설업 진출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친 이랜드는 최근 동양건설산업 인수전에서도 주요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이랜드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업종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M&A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보니, 최근에는 시중에 M&A 매물이 나오면 인수 후보 명단에 늘 이랜드가 들어갈 정도다.
이랜드가 인수한 갤러리아 동백점, 대구 프린스호텔, 사이판 퍼시픽아일랜즈클럽(위에서 부터).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기존의 패션과 유통, 그리고 레저 사업에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을 뿐 새로운 이종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섣부르다며 경계했다. 이랜드 측은 “재무건전성을 따질 때는 부채비율보다 현금창출력을 봐야 하는데, 이랜드월드의 경우 올해 약 7000억 원의 현금 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우리는 M&A에 단독으로 들어가지 않고 연기금이나 PEF(사모펀드) 등 중장기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들어가는데 이들은 까다로운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투자 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 7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4월 1일 지정 62개 대기업집단의 채무보증 현황’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62개 대기업집단 중 제한대상 채무보증액이 169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제한대상 채무보증이란 금융·보험사를 제외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가 국내 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행하는 채무보증으로 1998년부터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다만 신규 지정된 집단의 소속회사나 기존 집단의 신규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는 지정일(계열 편입일)로부터 2년간 채무보증 해소가 유예된다. 이랜드는 지난해 자산총액 5조 원을 넘어 공정위로부터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공정위가 발표한 채무보증 건은 내년까지 다 해소해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그룹은 유별난 먹성 탓에 최근 미국 커피체인점 커피빈 인수를 추진하는 미래에셋으로부터 공동 인수를 제의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랜드 관계자는 “미래에셋으로부터 그 같은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최근 미래에셋 측에 불참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