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군의 태양>(왼쪽)과 tvN <후아유>의 한 장면. 두 드라마는 귀신 보는 설정이 같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실제로 ‘소재 베끼기’는 존재한다”고 털어 놓았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기획에서 시작된다. 단 한 줄로 표현될 수 있는 시놉시스를 건강한 씨앗으로 삼아 수많은 가지가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좋은 소재를 발굴하는 것만큼 발굴한 소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12월 SBS에서 방송되는 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는 배우 전지현과 김수현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자가 지난 6월 김수현이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다는 기사를 썼을 때 오전 일찍 연출자인 장태유 PD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 PD가 문제 삼은 것은 기사를 통해 드라마의 시놉시스가 너무 자세히 노출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장 PD는 “주인공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다른 곳에서 베끼기가 쉽다. 아직 방영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가 공개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간접적으로나마 제작사 간 소재 가로채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무형의 콘텐츠를 누가 먼저 생각해냈는지 선후 관계를 가린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분쟁이 소모적인 논쟁으로만 끝날 때가 많다.
또 다른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간혹 한 드라마의 기획 단계에 참여했던 PD나 작가가 같은 기획을 들고 다른 제작사와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완성된 대본이 나오기 전 단계이기 때문에 표절을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상도의를 어긴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까지 피할 순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