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7월 CJ그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올해 초 단행된 인사이동에서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팀장으로 하고 공공형사부장을 비롯한 이 부서 검사들과 과학수사 전문 검사, 디지털포렌식 분석 요원 등 검사와 수사관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4월 30일에는 2005년 이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미림팀’ 불법도청사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한 달 뒤에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사건 외압·축소 의혹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 정부 핵심 토목사업인 4대강 사업에도 칼을 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5월 15일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의혹과 관련해 대형건설사와 설계업체 총 25개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서울중앙지검 내 인지수사 부서를 총괄하는 3차장 산하 검사와 수사관 200여 명이 투입됐다. 단일 사건 압수수색에 200여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투입되면서 오전부터 밤까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하루 동안 홀로 검찰청사를 지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음날에는 정리되지 않은 압수물 200여 박스가 서울중앙지검 10층과 11·12층에 복도에 쌓여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검찰은 이 박스들을 정리하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검찰의 CJ그룹 수사는 박근혜 정부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5월 21일 CJ그룹 본사와 이재현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CJ그룹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이 검사와 수사관 200여 명을 동원해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8곳과 시정명령이 내려진 금호산업, 쌍용건설, 한화건설, 계룡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 16개 건설업체와 설계업체 9곳을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이 4대강 사업과 CJ그룹 해외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지 9일 뒤에는 대검찰청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수사단을 설치해 원자력발전소 납품 비리와 관련된 전국 업체를 모두 수사 선상에 올렸다. 원전비리수사단의 칼끝은 현재 이명박 정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씨에게 도달한 상태다.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이재현 회장 등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이 줄줄이 이어졌다.
7월 들어 검찰은 ‘과거사’ 청산에 팔을 걷었다. 지난달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과 일가 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8월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30여 명의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열흘 넘게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최근 진행된 수사 과정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특수수사 분야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거대한 실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에서 못하면 지방검찰청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강행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채 총장은 ‘국민적 지지’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대형 사건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사 성과에 있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이기 때문에 필요한 인원과 장비를 언제든 지방검찰청에서 공수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검장의 권한은 검찰총장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정된 물적 토대 위에서 수사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검사와 수사관 200명을 투입해 증거물을 확보한 4대강 수사는 넉 달 가까이 진행됐지만 중간수사결과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력 확충은 쉽지 않다. 채 총장 취임 이후 일선 형사부에 산적한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부에도 인력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부장검사 1명, 부부장검사 1명으로 구성됐던 부서 지휘에 경험 많은 검사를 충원한다는 목적으로 부부장검사를 추가 투입했다. 인지부서에 갈 경험 많은 인력이 미제사건 해결에 쓰이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