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형사4부·재판장 구욱서)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자해 소동을 벌여 세간의 관심을 다시 한번 모았다.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심 전 시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시각은 이 날 오전 10시40분께. 같은 법정에서 임창열 전 경기지사에게 ‘징역 10월에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된 직후였다.
판결을 받은 임 전 지사가 굳은 얼굴로 법정을 빠져 나온 뒤 복도에서 “경기 도민의 이름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는 그 순간, 고등법원 403호 법정 안에서는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 전 시장에 대해 무죄선고가 내려지자 방청객 50여명이 일시에 지른 함성이었다.
법정 복도에서 밝은 얼굴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눈 심 전 시장은 법원 2층 로비로 내려왔다. 2층에는 법정이 비좁아 미처 들어가지 못한 80여명의 방청객들이 심 전 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이어진 만세 삼창. 이들 ‘하객’과 기자들 앞에서 심 전 시장은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저의 사필귀정(事必歸正) 주장을 끝까지 믿어준 1백만 수원시민들께 감사 드린다”는 짧은 성명서를 읽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기자들이 돌아가고 난 뒤 1백30여명의 들뜬 일행에 묻혀 심 전 시장이 법원 주차장을 향해 막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갑자기 한 남자가 “왜 그러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심 전 시장은 그 자리에서 푹 쓰러졌다.
당시 이 광경을 지켜봤던 법원 방호원 A씨는 “내가 놀라서 (심 전 시장이) ‘할복했느냐’고 묻자 주위 사람들이 ‘그냥 속이 아파서 넘어진 거다. 우리끼리 가면 된다’며 119 신고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 전 시장은 왼쪽 와이셔츠가 바지춤에서 빠져 나온 채 오른쪽 팔을 부축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갔는데 피를 흘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후 심 전 시장은 인근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에서 1시간30분쯤 치료를 받다가 곧바로 퇴원했다.
심 전 시장이 병원측에 밝힌 자해 흉기는 ‘연필 깎는 칼’. 심 전 시장을 응급처치한 의사는 “10~15cm 길이의 자상(刺傷)이 하복부 중앙에 나 있었는데 출혈이 많지는 않았으며 간단한 봉합 수술이 있었다”고 말했다.심 전 시장의 복부 자상은 응급실에서 간단히 봉합됐지만 그의 자해 소동이 남긴 의문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 전 시장의 한 측근은 “흉기를 미리 갖고 있던 이유도, 자해한 이유도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변호인 역시 “무죄 판결을 받고 자해한 이유를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지방선거 낙선에 대한 억울함이 일시에 몰려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날 판결에 앞서 법정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방청객들 사이에서도 “이 사건 때문에 선거에서 떨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건설업자 2명으로부터 2억3천만원을 받았다는 그의 뇌물수수 혐의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내내 그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
투표일 닷새 전까지도 경기도 31개 시·군 중 무소속 후보로는 유일하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심 전 시장은, 그러나 “당선되더라도 직무는커녕 취임식도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상대 후보의 공격 끝에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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