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이종석.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장혁에게는 또 다른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는 1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주인공 장생 역에 캐스팅돼 이미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역 비리에 연루돼 입대하면서 그의 출연 분량은 전량 폐기됐다.
결국 감우성이 장혁의 빈자리를 메웠고 <왕의 남자>는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감우성 전에 <왕의 남자>를 놓친 또 한 명이 있다. 이범수가 바로 그 주인공. 이범수는 장생 역을 제안 받았지만 평소 절친한 장혁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출연을 고사했다. 이후 이범수는 가장 아깝게 놓친 배역으로 장생 역할을 꼽곤 했다.
장혁은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제대한 뒤 제작사 관계자분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이후로 ‘놓친 게 아니고 자기 작품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연이 닿아야 자기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추노>의 장혁.
최근에도 캐스팅 때문에 장혁 못지않게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이가 있다. 가수 겸 배우 서인국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올해 최고의 인기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주인공을 맡은 영화 <노브레싱>의 촬영 일정과 겹치는 터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촬영 일정 조절이 불가피한데 영화사의 양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인국
한 연예계 관계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인국과 그의 소속사는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이종석의 스케줄에 맞춰 자신의 촬영 일정까지 조정해줘야 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사 역시 서인국 측에 백배 사죄했다고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뒤였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서인국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후속작인 <주군의 태양>에 캐스팅됐다. 높은 시청률로 바통을 이어받은 <주군의 태양> 역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서인국보다 소지섭과 공효진에게 더 많이 쏠리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끝난 후 이종석이 누리고 있는 인기의 크기를 감안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적지 않을 법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한 장면.
결국 제작진은 <사랑해도 될까요>의 출연진을 적극 활용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두 축을 담당했던 배우 이보영과 윤상현은 원래 <사랑해도 될까요>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노선을 바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승선했다. 여기에 <노브레싱>을 촬영 중이던 이종석이 합류했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성공을 이끈 또 다른 주인공인 민준국 역의 정웅인은 전체 출연 배우 대본 리딩이 있기 불과 이틀 전에 캐스팅됐다.
1년 전 <드라마의 제왕>의 준비가 더디게 진행되자 급히 편성된 <추적자>로 큰 성공을 거뒀던 SBS가 또 다시 ‘대타 홈런’을 때린 셈이다. S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손현주는 <추적자>에 출연해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역시 연말 축제 때 큰 상을 기대할 만하다. <추적자>에 이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편성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제작진 강렬 포스에 ‘음메 기죽어~’
캐스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스타도 있다. 유명 작가와 PD 등이 포진돼 성공 확률이 높은 작품이라도 제작진과 출연진 간 마음이 맞지 않으면 함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배우 A는 작가 PD와 미팅까지 마친 후 출연할 마음을 접었다. 실력 좋기로 소문난 제작진의 서슬 퍼런 모습에 기가 죽었기 때문. 이 현장에 있었던 한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작품의 작가와 PD는 다른 배우들이 보는 앞에서 A의 군기를 단단히 잡았다. 이미 여러 작품의 주연을 맡아 연기 경력이 10년이 훌쩍 넘은 A는 이 상황을 겪은 후 마음이 상해 출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덩달아 A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배우 B도 출연을 포기해 제작진은 다른 배우들을 물색해야만 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굴을 맞대야 하는 공동 작업이다. 때문에 아무리 욕심나는 작품이라도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함께 일하지 않으려 한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함께 일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고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