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파적 스트라이크존?
사진제공=LG트윈스
“우리 구단이고 아니고를 떠나 보세요. 삼성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죄다 볼을 선언하고 있어요. 한 가운데 들어오는 공도 볼로 판정하면 어디다 공을 던지란 소린지 모르겠어요. 우리도 저렇게 당했었거든요.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저도 모르게 허허.”
그가 분개한 이유는 간단했다. 심판들이 의도적으로 삼성 투수들의 공을 볼로 선언한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자기 팀도 그런 식의 불공정한 볼 판정을 받았기에 KBO(한국야구위원회) 심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이면에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요즘 야구계에서 저런 스트라이크 존을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총재 존’이라고 합니다. ‘총재 존’. LG만 총재 존 덕을 보고, 나머지 구단은 죄다 총재 존 때문에 불이익을 보고 있어요.”
총재 존. 여기서 총재는 구본능 KBO 총재를 뜻한다. 이 말이 나온 건 올 시즌부터다. 야구계엔 언제부터인가 ‘KBO 심판들이 LG가(家)의 일원인 구본능 총재를 의식해 LG엔 볼 판정을 유리하게 해주고, LG를 견제할 만한 팀들에겐 불공정하게 판정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특히나 심판들이 담합해 LG와 치열한 정규 시즌 1위 싸움을 벌이는 삼성엔 불리한 판정을 한다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래선지 LG의 1위 등극을 ‘심판들 덕분’이라고 비아냥대는 야구인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총재 존’은 있기나 한 것일까.
KBO 심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한다. 프로 경력 10년차의 모 심판은 “지난해까지 ‘심판들이 삼성에만 유독 유리하게 판정한다’는 소리가 많았다. 한술 더 떠 ‘심판들이 삼성에 주기적으로 떡값을 받아 편파 판정한다’는 식의 비난도 들었다”며 “어떻게 1년 만에 그런 소리는 싹 사라지고, 심판들이 삼성에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굳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베테랑 심판도 강한 어조로 “특정팀 편파 판정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자꾸 심판들이 LG에 유리하게 판정한다고 하는데,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그럼 증거를 제시해보라’고 대꾸한다. 정작 그렇게 따지면 아무 증거도 내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이 1980년대도 아니고, 총재를 의식해 특정팀에 유리하게 판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가뜩이나 총재님은 KBO 심판부의 독립적 운영을 강조하는 분이시다. 일부 누리꾼들의 함량미달 의혹을 믿는 몇몇 야구인이 더 큰 문제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LG와 15경기를 치렀지만, LG에 유독 유리한 볼 판정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LG 마운드가 강해진 건 구심 볼 판정과 상관없이 LG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특정팀에 유리한 볼 판정은 프로야구에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 베테랑 약물 복용?
구본능 KBO 총재. 연합뉴스
하지만, 그즈음 야구계엔 엉뚱한 소문이 돌았다. 바로 LG 베테랑 선수들의 선전이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일부는 “LG 노장 선수들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포함돼 있었다.
한 야구인은 “LG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대주는 공급원이 있다는 루머가 있다”며 “그 공급원이 잠실구장을 찾을 때마다 손에 금지약물 앰풀이 가득한 쇼핑백이 들려져 있단 소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낭설이라는 것이다. 일단 이병규가 마흔 살에도 펄펄 나는 건 사실이다. 8월 30일 기준 이병규는 타율 3할6푼6리, 5홈런, 61타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에 22타석이 모자란 타율 1위다. 하지만, 이병규는 38살이던 2011년에도 3할3푼8리, 16홈런, 75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타율 3할, 5홈런, 41타점으로 선전했다. 참고로 지금은 은퇴한 양준혁도 마흔 살에 타율 3할2푼9리를 기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병규가 금지약물의 힘을 얻었다면 홈런수가 지금보단 많았을 게 분명하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이병규의 선전 배경은 농익은 타격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며 “어느 코스로 공이 와도 힘 들이지 않고, ‘톡톡’ 치는 타격으로 많은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고 평했다.
여기다 KBO는 한 시즌 수차례씩 도핑테스트를 하고 있다. 주 대상자는 베테랑과 갑자기 성적이 오른 선수들이다. LG 베테랑들이 타깃일 수 있다. 그러나 KBO는 “도핑테스트 결과 LG 선수들은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며 “다른 팀 선수들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금지약물 공급원으로 의심받는 이도 실은 야구 관계자에 지나지 않는다. LG 선수들과 친분 관계가 넓은 이 관계자를 기자도 본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손엔 쇼핑백이 들려져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은 함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어린 아들이 입고 있던 점퍼가 전부였다.
LG 관계자는 “우리 팀이 11년 만에 잘나가니 별의별 뜬소문이 출몰하는 것 같다. 선수단 모두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하자’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