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리해고를 실시한 중국의 한 국유기업. | ||
현재 하얼빈의 한 야시장에서 행주, 고무장갑 등을 판 푼돈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허우전빈(50)은 4년 전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시장 바닥에 앉아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으로 한 철강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당시만 해도 남부러울 것 없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던 평범한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에서 ‘철밥그릇’이라고 부르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평생 복지제도’를 굳게 믿고 있던 그로선 ‘해고’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었다.
‘평생 책임져 주겠다’던 회사가 파산하자 당장 살 길이 막막해진 그는 결국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가족과 함께 무작정 동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나이 50에 배운 기술도 없고, 또 학력 또한 보잘 것 없던 그의 처지는 다른 비슷한 수준의 실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오갈 데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법적인 노점상 행세를 해야 할지 그저 앞이 캄캄할 뿐이다.중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귀퉁이로 내몰린 이런 실직자들을 가리켜 소위 ‘잃어버린 세대’라고 한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주의 체제 당시 국유기업에 근무하고 있던 노동자들로서 국유기업의 긴축정책 내지는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다.
연평균 9%라는 경이로운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도시 지역의 실질 실업률은 8%로 오히려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4년 후에는 20%를 뛰어넘어 세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경제지 <포천>에서 선정한 ’2002년 중국의 100대 기업’ 중 2위를 차지한 국유기업인 중국석유공사도 올해 초 대대적인 정리 해고를 감행해 원성을 사고 있다.실직자를 위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사회보장제도 또한 ‘빛 좋은 개살구’.
연금 신청 액수만 하더라도 벌써 국내총생산의 145%에 달할 정도니 제대로 된 사회보장제도의 실천은 꿈 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실직자들을 위한답시고 만든 40유로(약 4만8천원)의 실업급여도 실제 손에 쥐어 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