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검찰이 ‘과거사 청산’을 내걸고 전두환 씨 미납추징금 수사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뜻밖의 ‘암초’에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전두환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친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 위헌 논란에 휩싸일 경우 지금까지의 수사 자체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월 초만 해도 검찰은 ‘전두환 추징법’을 등에 업고 호기롭게 수사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온 검찰로서는 전 씨 사건 수사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보여줬다. 검찰 측 한 관계자는 “오죽하면 검찰 내부에서 ‘언론이 제기한 모든 의혹들을 다 수사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그만큼 사활을 걸고 수사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7월 16일, 17일 양일에 걸쳐 전 씨 사저, 친인척 거주지 33곳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8월 12일 전 씨의 처남 이창석 씨를 소환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초반에 벌어진 검찰의 강한 압박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검찰은 8월 13일 전 씨의 조카 이재홍 씨마저 긴급체포했다. 이 씨가 대표로 있는 청우개발도 압수수색을 피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전 씨 측 관계자들 사이에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비장한’ 농담이 돌았다고 한다. 전 씨가 오랫동안 비자금 수사 문제로 ‘맷집’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검찰의 수사망에 호락호락 걸려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그 대응 카드 가운데 하나가 ‘전두환 추징법’에 대한 위헌 소송 제기였다.
이런 전 씨 측의 법률 대응 소식을 접한 검찰 내부에서는 다소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전 씨 측이 위헌 소송을 검토했다는 말은 이미 전해 들었다. 그게 검찰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수계 출신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임하자 검찰 내부에선 채 총장의 후원으로 ‘제2의 안대희(대선자금 수사 담당)’가 나올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CJ, 4대강, 원전 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남은 카드는 전두환이다. 앞으로 검찰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