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5월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 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지시하겠다"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특정 역사·정치적 기념일마다 혐오 표현이 반복되자 구체적 대책을 검토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서도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이 조롱성 행위를 벌여 논란이 일었다.
최근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는 특히 치명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해당 논란을 거듭 지적했다. 지난 5월 18일 엑스에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며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월 20일 국무회의에서는 "광주 5·18 또는 피해자들에 대한 참혹한 표현, 이런 것들을 보면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5월 23일에는 스타벅스가 과거 세월호 참사 추모일에 '사이렌' 이벤트를 진행한 사실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인두겁을 쓰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사 희생자를 능멸하는 행태"라고 직격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2024년 4월 16일 '사이렌 클래식 머그'를 출시했다. 사이렌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어이자 스타벅스 로고의 상징이다. 신화 속 사이렌은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역사적 비극과 사회적 참사를 조롱하는 혐오 표현 전반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런 표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복·확산되는 만큼, 그 상징적 공간으로 일베가 지목됐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평소 국정 운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사회적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공개 메시지를 낸 뒤 관계 부처 검토나 제도 개선 지시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국무회의에서 지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베 등 혐오표현 사이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 점검이나 제재 방안 검토가 실제 추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법적 논란은 불가피하다. 특정 커뮤니티 폐쇄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5·18 민주화운동 허위·왜곡 관련 민·형사 사건만 봐도 '단순 의견 표명' 등을 이유로 면책된 사례가 적지 않다. 혐오 표현이나 역사 조롱을 어디까지 불법으로 볼지가 쟁점이다(관련 기사 5·18 '가짜뉴스' 46년…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왜곡의 원형).
일베 폐쇄 논의는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다. 2018년 1월 2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일베 폐쇄' 국민청원이 올라와 23만 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김형연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일베에 혐오 게시물이 다수 올라온 점과 관련 판례 등을 언급하며 "폐쇄가 불가능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 외 기술적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불법 문제로 폐쇄된 사이트라도 이용자 수요와 유통망이 잔재해 파생 사이트가 생겼던 사례가 적지 않다.
소라넷이 대표적이다. 2016년 6월 국내 최대 불법 음란사이트로 꼽혔던 소라넷은 폐쇄된 뒤에도 수많은 '제2의 소라넷'을 남겼다. 이들 사이트 역시 폐쇄와 차단을 반복했지만, 수년에 걸쳐 주소를 바꾸거나 유사 사이트로 갈라지는 숨바꼭질식 양상이 지속됐다. 2021∼2022년 도박·음란 성매매·저작권 침해 사이트 가운데 동일 URL의 숫자 일부만 바꿔 다시 운영하다 2차례 이상 차단된 사례만 2만222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사이트 폐쇄가 필요하더라도 단발성 조치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는 2023년 '온라인상 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에서 "온라인 불법·유해정보 범위가 점차 다양해지고 그 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법·유해정보 유형별 삭제·접속차단 방식을 차별화하고, 신속한 후속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