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을 비롯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탱크데이’라는 표현이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탱크를 떠올리게 했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역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은폐 발표였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 이후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18일 해당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여름철 프로모션과 마케팅도 잠정 연기 및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온라인 텀블러 판매 이벤트와 관련된 문구에, 엄중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관된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게 사용됐음을 인지했고, 인지 즉시 행사를 중단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안의 엄중함을 통감하고, 이와 같은 일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5월 19일 본인 명의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5·18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 정 회장은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 운영사 SCK컴퍼니 손정현 대표이사와 행사 기획 담당 임원을 즉각 보직 해임했다. 관련 실무 임직원 전원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글로벌이 이마트의 SCK컴퍼니 지분(67.5%) 전량을 되사갈 수 있는 콜옵션 조항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의 국제사업 자회사 스타벅스 커피 인터내셔널(SCI)는 2021년 7월 보유하고 있던 SCK컴퍼니 지분 50% 전량을 이마트(17.5%)와 싱가포르 투자청 자회사 Apfin Investment Pte Ltd(32.5%)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가 보유한 SCK코리아의 지분율이 67.5%로 늘어났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계약내용에 따르면 이마트 귀책으로 인해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된 경우, 공정한 가치평가방법에 따른 가격에 35%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으로 SCI가 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할 수 있다.
스타벅스 글로벌이 이번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점도 이마트 입장에서 부담 요소다. 스타벅스 글로벌 대변인은 5월 19일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고의가 아니었으나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다”며 “스타벅스코리아는 즉시 해당 마케팅 캠페인을 중단했으며,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당사 귀책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은 구체적으로 출점 계획 미달, 채무불이행, 비밀유지 위반 등인 것으로 확인된다”며 “스타벅스 글로벌과의 라이선스 계약상 계약 해지에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판단되며, 이에 계약상 영향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14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5월 21일 이마트 광주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정 회장이 사퇴 없이 변명으로 일관할 경우,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보이콧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약 1조 3000억 원 규모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와 2024년 10월 계열 분리를 마친 백화점 부문 신세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신세계의 상장 자회사인 광주신세계는 약 3조 원을 투자해 백화점 신관을 포함한 복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 철거는 마무리했지만 교통영향평가와 후속 인허가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돼 연내 착공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사회의 갈등으로 건설사나 개발사의 사업에 악영향이 끼친 사례들이 종종 있다”며 “소비자와 직접 맞닥뜨리는 요소가 많은 기업일수록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요소를 걸러낼 수 있는 모니터링 기능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사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5월 21일 일요신문에 “스타벅스 이용 자제와 신세계그룹의 광주 개발 사업은 별개 사안”이라며 “투자협약을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어려우며, 사업과 관련해서 논의 중인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신세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그룹 내 계열사이긴 하지만 신세계백화점과는 별개의 사업”이라면서도 “지역 여론 등을 잘 살피면서 차질 없이 광천터미널 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5월 19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회관을 찾았지만 면담을 거부당해 발길을 돌렸다. 김 부회장은 5·18 센터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그룹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5월 영령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부적절한 마케팅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경위가 모두 파악되면 다시 한 번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멸공’ 등 정용진 회장의 과거 논란으로 인해 스타벅스코리아뿐만 아니라 오너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더불어 철저한 내부 프로세스 관리, 5·18 관련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등 그룹 차원에서 정면 돌파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