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완전 자본잠식 위기에 놓여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잃으면 아시아나항공 지배권까지 잃게 된다. 임준선 기자
이번에 채권단 주도의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이 나온 까닭은 금호산업이 상장폐지를 우려할 상황까지 자본잠식이 진행되면서 워크아웃 졸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워크아웃에 같이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경우 실적이 좋아지면서 올해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그런데 정작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산업은 건설 경기 장기 침체로 인해 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경영권 박탈 가능성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보다 앞서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진 바 있다. 그 결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지난 2010년부터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박삼구 회장과 그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워크아웃으로 인한 대규모 감자로 지분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해 채권단의 배려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다시 양사의 주요 주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금호산업의 경우 지난해 개인 최대주주로 컴백하면서 워크아웃 조기졸업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음에도 금호산업의 저조한 실적이 결국 다시 그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양상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임준선 기자
한편 지난 5일부터 산은 등 102개 채권단이 의결권 비율에 따라 서면결의를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안에 포함된 아시아나항공 CP(기업어음)처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채권단 측은 80%의 자본잠식률을 기록 중인 금호산업의 조기 경영안정을 위해 구조조정안을 통해 최대주주의 경영책임 강화 방안 이외에도 채권단 무담보채권 전액(508억 원)의 출자전환과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CP 출자전환(지분 13%)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채권단 측은 아시아나항공 CP 출자전환 주식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규제에 의거 6개월 이내에 매각을 해야 함에 따라 주식시장에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매각물량 과다로 인한 주가하락 등 부작용을 우려,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이어지는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채권단은 이를 반영해 금호터미널이 아닌 제3자 대상 매각을 담은 수정안을 결의에 부쳤지만 이번에는 금호석유화학이 발목을 잡았다. 금호석유화학 측이 공정위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중인 금호산업 CP를 출자전환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공식 질의했고, 공정위가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박삼구-찬구 형제간의 ‘구원’이 자칫 채권단이 마련한 경영 정상화 계획 자체를 수포로 만들 수 있는 상태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7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되는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해 대다수 채권기관들은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나올 때까지 결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일요신문 DB
이어 이 관계자는 “올 초에도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하는 등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기업이라는 이유로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자꾸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고 있다”며 “13% 지분에 대해 현재 계획대로 블록딜(대량매매)을 추진해 싸게 팔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게 돼 배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향후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CP 물량에 대한 블록딜을 박삼구 회장을 대상으로 추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금호석유화학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블록딜을 통해 박 회장의 우호 세력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박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탄탄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 계획은 결국 채권단에서 결정할 일이며 박 회장께서 블록딜에 참여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