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박 회장이 과거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재출연까지 하는 책임감을 보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STX그룹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서부터, STX그룹이 STX팬오션 매각 등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경우 지난해 2200억 원 규모의 사재까지 출연하면서 금호산업 정상화에 적극 나섰던 데 비해 강덕수 회장의 경우 그런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결론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도 “우리는 벌써 워크아웃 4년차라 STX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또 박 회장께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천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는 점이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TX그룹 관계자는 “STX팬오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산은과 일부 갈등이 있긴 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에 줄곧 협조적으로 임했다”며 “채권단이 기존 경영진과 사전 협의도 없이, 자율협약 체결 시 관례로 제출한 불평등 확약서를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압박하는 것은 자율협약 체결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고 산은을 비난했다.
산은의 이번 ‘불평등 조치’에 대해 현 정부의 대기업 기조와 관련짓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 정권의 대기업 기조가 회사는 살리되 부도덕하고 무능한 오너는 과감히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조치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