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케미칼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던 롯데케미칼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본사 전경. 구윤성 인턴기자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중도 포기에 의외라는 반응을 내 놓고 있다. 롯데는 그동안 입찰 적격자(숏 리스트)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웅진케미칼 인수에 의욕을 보여 왔다. 웅진케미칼 매각은 지난해 9월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이 웅진식품과 함께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인수 가격은 3000억~4000억 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은 지난 2월 법원에서 인가된 웅진그룹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웅진케미칼의 매각 가치 2066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지난 7월 19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15곳 내외의 인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웅진그룹은 같은 달 24일 LG화학과 GS에너지, 롯데케미칼, 유니드, 도레이첨단소재 5곳을 숏 리스트로 선정한 바 있다. 숏 리스트 중에서는 유일하게 롯데케미칼이 본 입찰에 들어가지 않았다.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주로 웅진케미칼의 섬유 사업보다는 수처리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 수처리 관련 시장은 지난 2010년 550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16년엔 750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전 초반까지만 해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현재 섬유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웅진케미칼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수처리 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섬유 사업에서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의지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전략 수정도 아니고 M&A를 중단한 것도 아니란 것이 롯데그룹의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충분히 검토했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와 맞지 않아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 본 입찰을 포기했다”며 “‘롯데그룹 비전 2018(2018년 매출 200조 원 달성해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등극)’도 있고 좋은 매물이고 연관된 사업이면 M&A는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인수전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웅진케미칼 몸값만 올려놓고 빠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M&A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무리한 가격에는 절대 인수를 시도하지 않는 특성을 보여 왔다”며 “대기업 간 경쟁 구도 속에 웅진케미칼 인수가가 점차 올라가면서 이 회사에 대한 매력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