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통해 허완구 승산 회장의 손자이자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아들들인 석홍(12)·정홍(9) 군은 (주)승산의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이들이 대주주로 있던 승산레저와 STS로지스틱스가 이번 합병 결정으로 (주)승산과 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합병으로 석홍 군과 정홍 군이 갖게 되는 (주)승산 지분은 각각 5.79%(10만 8399주)와 4.48%(8만 3826주)가 된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승산레저의 최대주주였던 허 회장은 보유 중이던 주식 95만 주(47.5%) 중 절반가량인 46만 주(23%)를 손자들인 석홍·정홍 군에게 각각 19만 주와 27만 주씩 나눠 양도했다. 허 회장이 손자들에게 넘긴 주식은 지난 2007년 4월 석홍 군과 허 회장의 딸인 허인영 승산 대표에게 195억 원을 주고 매입한 것이다. 허 회장의 증여로 석홍 군은 승산레저 지분율을 35%까지 끌어올려 6년 만에 다시 최대주주로, 정홍 군은 23.5%의 지분을 확보해 형 석홍 군과 할아버지 허 회장(24.5%)에 이어 3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이를 두고 딸에게 주식을 주지 않고 손자들에게 주식 양도를 했다는 점에서 3세 경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주)승산, 승산레저, STS로지스틱스 세 회사는 모두 오너 일가들이 지분을 전량 소유한 개인 회사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세 회사는 GS그룹의 내부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실적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주)승산과 승산레저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하지만 어린 두 형제가 지분 전량을 소유한 STS로지스틱스는 과세 대상이다. 합병 이후 (주)승산이 영업흑자로 전환해 과세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석홍 군과 정홍 군은 (주)승산의 지분 중 3% 초과분인 2.79%와 1.48%에 대해서만 과세표준이 적용된다. 두 형제가 회사 지분 전량을 소유했던 STS로지스틱스의 경우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합병 전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주식 증여까지 마친 상태다.
왼쪽부터 허완구 회장, 허용수 부사장
석홍 군과 정홍 군은 비단 승산 지분뿐만 아니라 GS그룹 지주사 (주)GS의 지분도 각각 0.83%와 0.34%로 이 회사 ‘어린이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이 보유중이다. 이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형제의 아버지인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은 허창수(4.66%)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주)GS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그룹 내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산과 코스모 등 GS그룹의 방계 회사들은 공정거래법상 한 그룹으로 묶여 있을 뿐 이미 사실상 독립경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가족이 GS그룹의 주요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그 어떤 그룹보다 다수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관계에 있어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는 구조인데, 허완구 회장 일가는 상대적으로 손이 귀하기 때문에 어린 손자들에 많은 주식이 간 것”이라며 “고 허준구 명예회장부터 시작된 그룹의 실질적 지배권은 장남 허창수 회장에 이어 그의 아들 허윤홍 GS건설 상무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허완구 회장이 (주)GS 지분을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해서 정리해 왔다는 점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허 회장은 지난 9일 장내 매도를 통해 (주)GS 주식 3만 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허 회장의 지분은 1.22%(115만 2905주)로 줄어들었다. 허 회장은 이보다 앞서 이미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주)GS 지분을 매각해 오고 있다. 2006년 1월 기준 4.63%(438만 8899주)의 (주)GS 지분을 들고 있었던 허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GS 지분을 내다 팔았던 것.
또한 지난 2010년에는 자신이 직접 지배하고 있는 승산의 (주)GS 지분을 모두 처분하는 등 GS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주)GS 지분에서 일관적으로 손을 떼 왔다. GS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의 (주)GS 지분 매각에 대해 “그런 것(계열 분리)은 아닐 것이다. 개인 방계회사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