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친구> 포스터 | ||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영곤)에 따르면 곽 감독은 지난해 10월께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의 부두목 권아무개씨의 협박을 받아 영화 <친구>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로부터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칠성파측에 건너갔을 것으로 보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만약 사실로 확인되면 곽 감독에게는 범죄단체 자금제공 혐의가 적용된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곽 감독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애초에 폭력조직의 협박은 없었으며 이들 조직에 돈을 건넨 사실도 없다는 게 곽 감독의 주장이다. 지난 7월 부산지역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부산지검 강력부는 충격적인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권아무개씨의 협박을 받아 <친구>의 제작사와 배급사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냈다는 것. 진정서의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을 주목한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그간 끈질긴 내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실제로 곽 감독이 제작사와 배급사로부터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얼마 뒤 이 두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했다. 이때가 대략 지난 8월20일께.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향후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곽 감독의 강압에 돈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이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곽 감독에게 준 돈은 영화 성공에 따른 보너스 개념이었다”고 말한 것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진술 이외에도 곽 감독에게 건네진 돈의 성격이 애매하다는 ‘근거’는 또 있었다. 즉 일반적인 경우 감독의 보너스란 영화에 돈을 투자하는 투자배급사에서 지급한다는 것. 적어도 제작사에서는 곽 감독에게 보너스를 챙겨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배급사 역시 곽 감독에게 문제가 된 ‘보너스’와는 별도로 보너스를 지급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결국 제작사와 배급사가 보너스 운운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줄 필요없는 보너스를 지급한 셈이고, 배급사 입장에서는 보너스를 두 번씩이나 중복지급한 셈이 된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지난 8월말 곽 감독과 전화통화를 시도해 검찰로 출두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곽 감독과 검찰과의 연락은 그 이후 두절됐다. 곽 감독이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던 것.
▲ 곽경택 감독 | ||
하지만 검찰측은 곽 감독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지난 8월 말 곽 감독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소환사실을 전화로 통보했다는 것. 곽 감독은 전화통화에서 ‘(소환에) 응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곽 감독이 가족 전부를 데리고 출국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검찰에서는 곧 그를 지명수배하게 된다. 검찰의 수사는 이후 곽 감독에게 건네진 5억원의 향방에 집중됐다.
곽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5억원의 보너스 가운데 절반을 어렵게 살고 있는 영화 <친구>의 실제 주인공 정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정씨가 수감중인 탓에 이 돈을 ‘정씨의 선배’에게 대신 건네줬다는 것. 곽 감독은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씨가 지목한 믿을 수 있는 선배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곽 감독의 이 같은 주장은 돈을 받았다는 당사자 정씨측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모 구치소에서 남편 정씨를 면회하고 나온 부인 한아무개씨(32)는 “지난해 10월께 곽 감독이 2천만원을 수표로 건네줘 받은 적은 있었지만 2억5천만원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수감중인 남편 정씨 역시 ‘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그녀는 전했다. 검찰도 지난 13일과 14일 한씨와 정씨를 차례로 소환해 곽 감독으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조사했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부인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곽 감독이 검찰에 출두하는 대로 정씨와의 대질심문을 통해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를 밝히기로 했다. 영화 <친구>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인 ‘상택’(서태화 분)과 ‘준석’으로 등장했던 곽 감독과 정씨.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하나의 진실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두 친구는 이제 검찰에서 ‘껄끄러운 대질’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편 검찰에서는 곽 감독이 돈을 건넸다는 ‘정씨가 지목하는 믿을 만한 선배’가 칠성파의 부두목 권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권씨는 원래 칠성파의 두목 이아무개씨가 현재 수감중인 관계로 조직의 실질적인 두목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 검찰 주변에서 “이번 수사의 최종 타깃은 곽 감독이 아니다”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부산=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