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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의 개유치원에서 주인이 애완견을 끌어안고 음식을 먹이고 있다. | ||
턱을 괴고 엄마를 올려다보는 리차드는 그녀의 아들도, 딸도 아니다. 태어난 지 3.5개월 된, 자식같은 ‘개’다. 대화가 오가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첫 선을 보인 ‘개유치원’.
지난 7월 초 문을 연 서울 강남 ‘P 개유치원’의 유니폼은 파란색 스카프. 따로 유치원복을 만들려고 했지만 개들마다 ‘체형’이 달라 스카프로 대신했다. 이곳에서 탁아반 2개월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도 준다.
현재 탁아반에 재학중인 개는 모두 세 마리. 타미와 토비와 리처드는 매일 아침 전용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한다. ‘동문수학’을 하는 이들 세 마리 개가 유치원에 나와 하루 종일 배우는 것은 ‘함께 노는’ 것이다. 셋이서만 놀면 적적할까봐 유치원에 전속된 개 15마리가 함께 뒹군다.
사장 전홍주씨는 개 유치원의 탄생 배경에 대해 “개를 혼자 두고 출근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실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15개월 된 알래스카 리트리버종 ‘타미’를 맡긴 김선기씨(43)는 “낮에 출근하고 나면 혼자 있게 되는 타미가 운동을 못하는 데다 사교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개 유치원을 찾게 된 이유를 말했다. 이 유치원 홍보 유인물에도 ‘우울증 치료, 스트레스 해소’라는 문구가 맨 첫 줄에 올라 있다.
지금은 ‘자퇴’를 했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들어온 개도 있었다. “집에 혼자 두니까 자꾸 잠만 자고 살이 쪄서 감당이 안돼요.” 개 주인의 하소연과 함께 입학한 이 개는 유치원에서 지내는 동안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친구들과 뛰어 놀아야 했다.
어울리며 노는 게 일이다 보니 단체 생활에 약한 ‘나 홀로’ 개들은 입학에 제한이 따른다. 입학 전에 통과해야 하는 파보 바이러스와 홍역 검사는 단체생활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일종의 건강 능력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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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유치원의 스쿨버스 | ||
고진열 홍보이사는 “개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시청각 교육 프로그램을 해볼까 하는데 효과가 있을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개들이 무조건 놀게만 하는데도 20여 명의 직원이 식사와 배설물의 뒤치다꺼리에 매달리고 있다고.
일단 탁아반 과정이 끝나면 개들의 ‘좋은 시절’은 한풀 꺾인다. 훈련반으로 진학한 원생들은 ‘앉아, 일어서, 엎드려, 굴러’ 등의 명령어를 배운다. 수강료도 탁아반보다 10만원이 더 비싼 35만원 정도다. 좋은 성적으로 수료하기 위해선 ‘개발에 땀이 나야’ 하는 셈.
개 유치원의 주 고객은 강남의 부자 동네 사람들이다. 개원한 지 한 달이 채 안됐지만 하루에도 문의 전화가 2~3통씩 걸려온다.
이 유치원에는 미용실과 호텔도 딸려 있어서 털을 다듬는 데 3만원, 호텔에서 하루 잠을 자는 데도 3만원 정도가 든다. 개호텔에는 주인이 집을 비울 때 혼자 재우기 걱정되는 개들이 주로 묵는다. ‘집 지키는 개 신세’라는 말은 이곳 개 호텔에서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개유치원의 이웃에는 공교롭게도 ‘복날 개 팔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집이 있다. 개 유치원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삼복집’이라는 보신탕 집이 들어서 있기 때문.
삼복집 주인 이대기씨(61)는 “개 유치원이 들어서면서 파리 때문에 장사를 못하겠다”며 콧등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씨는 이내 “손님들이 ‘옆집에서 (개를) 잡아서 (고기를) 담장 너머로 던지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보신탕집 손님들이야 농담이겠지만 옆집에서 들으면 기겁을 할 만한 얘기다.
우리 조상들의 마당과 식탁에서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해 온 개. 급기야 개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2002년의 애견 문화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시각 교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개유치원과 보신탕집이 나란히 서 있는 역삼동 한 골목에서는 새로운 관용구가 하나 더 나올 법도 하다. 바로 ‘개 신세도 팔자 나름’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