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을 신청했다. 일요신문DB
새누리당 최다선인 7선의 정몽준 의원. 그를 두고 한 여권 인사는 “말은 못해도 서청원이 참 거슬릴 사람 중 정 의원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차기 당권주자, 차기 대권주자, 서울시장 후보군에까지 거론되는 정 의원으로선 서 전 대표의 등장이 ‘훼방꾼’의 출현과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서 전 대표가 이번에 국회에 재입성하면 같은 7선으로 최고 어른이 된다. 하지만 친박계여서 파워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서 전 대표는 과거 정 의원이 최고위원일 당시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 아니냐. 국민과 한나라당에 사과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발언과 행동에 거침이 없는 서 전 대표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발언이었다. 당시 서 전 대표는 “그 양반이 아니었으면 노무현 씨가 당선될 수 있었겠느냐”고까지 했다. 정 의원이 크게 불쾌해했다는 것은 확인하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우정은 변하지 않을 때 아름답다>는 평전을 낸 서 전 대표는 의리를 중시한다. “그의 복귀가 반갑다”고 밝힌 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는 그가 복귀하면 사사건건 정몽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박근혜의 경쟁자였던 분들과 부딪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철저히 박근혜 아군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이야기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한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된 뒤에 이 의원이 “당내에 아직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아직도 경선 중인 줄 아느냐”고 회의 탁자를 내리친 적이 있다. 당시 이 의원이 서 전 대표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회자하는 이야기는 서 전 대표가 이 의원에게 “친이가 당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해주겠다”고 했고, 이 의원이 “형님이 들어와서 역할을 해주셔야겠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서 전 대표가 어떤 자격으로 친이의 활동반경을 넓혀주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당권에 욕심 없다고 했지만 힘을 발휘할 어떤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 전 대표의 요란스런 출마 선언에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 최경환 원내대표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 위원장으로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과거의 연 때문에 그의 복귀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친박계 중 거의 유일한 ‘바른소리맨’인 그가 정치자금 문제로 두 번이나 구속된 서 전 대표를 옹호한다면 이미지에 상처가 생긴다. 유 위원장은 이번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조용히 지낼 것임을 사석에서 밝히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명실공히 당내 친박계 핵심이다.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 가능하고, 대 청와대 ‘촉’이 가장 정확한 인물이다. 하지만 서 전 대표가 당내에서 그의 위치를 위협할 가능성이 커졌다. 차기 당권을 노릴 수도, 최고위원 자리를 향할 수도 있는 그에게 서 전 대표는 큰 벽이 된다. ‘서청원(당 대표)-최경환(원내대표)-홍문종(사무총장)’으로 엮이면 완벽한 ‘친박 친정체제’로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왼쪽부터 정몽준 의원, 김무성 의원, 최경환 원대내표.
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만나 “당 대표까지 지낸 내가 또 나서겠느냐”며 다독거렸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이 아니면 다음은 의미가 없다는 뉘앙스를 흘렸다고도 한다. 출신 지역인 충청권을 버리고,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까지 등 돌리면서 ‘10월’을 고수한 이유로는 김무성 견제 말고는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 말고도 차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5선의 정의화 의원에게도 서청원은 빨간불이다. 정 의원은 범친이계로 분류되고 있다. 서 전 대표가 입성하면 하반기 국회부의장 구도도 복잡해진다. 서 전 대표가 ‘박심’의 선봉에 설 경우에 4선의 정갑윤, 이한구, 심재철, 송광호 의원 등도 서 전 대표의 마음을 붙잡아야 승산이 있다. 청와대 내에도 서청원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인사들이 많아 청와대 정보가 서 전 대표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TK(대구·경북) 지역 한 의원은 “지금 여권 내에 어른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과거의 김윤환, 강재섭, 최병렬, 이상득 의원처럼 거중조정자가 없으니 당이 우왕좌왕한다는 비판이 이는 것”이라며 “19대 입성한 초선 대부분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수혜를 받았다는 점에서 진 빚이 있다. 서 전 대표가 입성하면 고스란히 그의 세력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 세력화가 필요한 중진들 대부분이 그를 꺼리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