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복지 공약 축소 결정에 대해 “어르신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9월 27일 노인의 날 기념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특히 서울의 경우 박 대통령 지지도가 60%에서 54%로 떨어지고, 비토 층은 19%에서 34%로 크게 늘었다. 세대별로는 30~50대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게 한국갤럽 측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토 층은 그 이유로 ‘공약 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민 소통 미흡·너무 비공개·투명하지 않다’가 13%, ‘복지·서민 위한 정책 미흡’이 8% 등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이번 조사 결과는 기초연금 등 핵심 공약들에 대한 대폭 축소와 수정 등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이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10개월 전 약속을 뒤집음으로써 ‘원칙과 신뢰의 박근혜’라는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게 됐음을 시사한다.
한 시민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방송을 지켜보는 모습. 최준필 기자
실제로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비급여까지 국가가 보장하겠다던 공약 역시 필수진료비만 지급하는 쪽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 공약은 기초연금 공약과 함께 대선 당시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에서 집요하게 재원 마련 대책을 추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 2017년부터 전면 실시하겠다던 고교 무상교육 공약 역시 첫 테이프도 못 끊게 됐다.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한푼도 잡히지 않은 것이다.
대학생 반값등록금 공약, 비정규직 사회보험 지원 등도 당초 약속에 비해 줄줄이 축소됐다. 0~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무상보육·무상교육 공약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재원 마련 책임을 떠넘기는 험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복지 공약과 함께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영향을 줬던 경제민주화 공약들 역시 대부분 용두사미로 전락했다”며 “지난 대선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야당의 주장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대통령이 정쟁의 중심에 서면 설수록 지지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개성공단 문제 해결, 성공적인 세일즈 외교 등 정책적인 성과로 차곡차곡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박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보다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복지 공약을 번복한 데에는 사과를 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던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데에는 무감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