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렇게 물었을 때 ‘예’라고 즉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실제 많은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한데도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저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행복하다’는 의미는 뭘까. 최근 유엔이 발표한 <2013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1위는 덴마크였다.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살펴보면 혹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다음은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가 유엔의 국가별 행복지수와 함께 살펴본 행복의 정의다. 과연 ‘행복하다’는 감정은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덴마크(7.693점)가 차지했으며, 2위는 노르웨이(7.655점), 3위는 스위스(7.650점), 4위는 네덜란드(7.512점), 5위는 스웨덴(7.480점)이 각각 차지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6.267점으로 4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은 43위, 그리고 중국은 93위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은 17위를 기록했으며, 가장 순위가 낮은 나라는 아프리카 토고였다.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급격히 떨어진 나라들로는 그리스, 스페인 등이 있다. 이는 유로화 위기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한 데다 실업률의 가파른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등 상위 5개국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걸까? 이와 관련, 유엔의 행복 보고서는 행복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경제적인 여유와 사회적인 성공은 행복을 결정짓는 데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이며, 이외에도 풍요로운 인간관계, 안정적인 정치 및 사회 시스템, 그리고 기본적인 인생의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자유로운가 하는 점 등이다. 결국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사회적 보장이 잘돼 있는 나라일수록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밖에 행복 보고서는 각 나라별 정부의 경향도 잘 나타내고 있다. 수년 전에 비해 오늘날 전 세계 정부들은 정책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행복도를 주요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부탄의 경우에는 2008년 ‘국민총소득(GDP)’ 대신 ‘국민총행복(GHN)’을 국정 최고 지표로 삼은 바 있으며, 독일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6월 초 정치 연구 분야 전문가 100명을 ‘국제독일포럼’에 초청해서 ‘성장 지수 외에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관해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자연히 복지 사회를 건설하는 데 커다란 가치를 두게 만들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걱정이 없다고 해서 꼭 행복한 걸까. 이에 대해 영국의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켓은 저서 <평등해야 행복하다>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은 부자가 돼도 그에 상응하는 행복감을 덜 느끼게 된다”라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행복 연구가인 에드 디너는 연 1000만 달러(약 107억 원) 이상을 버는 미국의 고소득자들이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이들 아래서 일하는 피고용인들이 행복을 느끼는 수준을 약간 웃돌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흔히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시간대학의 크리스토퍼 피터슨 전 교수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있다. 단,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가 그렇다”라고 말했다. 2012년 발간된 국제행복연구의 결과를 묶은 책 <세상의 모든 행복>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만족스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초석은 사회적인 관계다.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한 인생의 중요한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경제학자인 스타브로스 드라코포울로스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상세히 연구하고 있는 그는 “기본적인 물질적 필요가 충족됐다고 가정할 경우, 행복을 느끼는 데 있어 자유, 삶의 질, 믿음, 인간관계 등과 같은 요소들은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앤절리나 졸리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활발히 자선활동을 하는 스타로 유명하다. 베풀기를 습관화하면 행복을 느끼고 결국 장수를 누리게 된다. 졸리가 6월 18일 요르단 국경지대에서 시리아난민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연합뉴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오늘날의 거지들은 부자들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있게 됐고, 따라서 부자들을 부러워하게 됐다. 직장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들의 봉급이 인상돼도 동료의 봉급이 자신보다 더 많이 올랐을 경우에는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 이에 파리 소르본대학의 클라우디아 세닉은 “절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대신 자신의 계획에만 집중해야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사회학자인 세르지우 발타테스쿠는 “이타심은 개개인의 행복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심리적으로 덕을 볼 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덕을 본다. 적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렇다. 베스트셀러 <주고받기>의 저자인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기업가와 경영가가 아량을 베풀고 협동을 할 때 더욱 쉽게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의 직장 환경은 팀을 이뤄 일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일을 하면 개별적으로 일을 할 때보다 결속력이 강해지고 성과도 높아지게 된다.
이밖에 이타심은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엑스터의과대학에 따르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베풀기를 습관화하면 삶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결국 장수를 누리게 된다.
할리우드 스타인 앤절리나 졸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2001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졸리는 할리우드에서 자선을 가장 많이 베푸는 스타로 조명을 받고 있으며, 늘 당당하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
한편 베를린의 ‘행복 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들의 80%는 여가 시간에 취미를 즐길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58%는 자녀를 돌볼 때, 29%는 집안이나 정원을 가꿀 때, 27%는 쇼핑할 때라고 응답했다.
행복지수 상위 5개국의 북유럽 사람들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덴마크의 경제학자인 크리스티안 비외른스코프는 북유럽 사람들의 행복 비결에 대해서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것은 복지국가이기 때문이거나 국가적 서비스, 민주주의, 또는 다른 정치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라며 “덴마크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자국민들을 믿고 신뢰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덴마크 사람들은 대체로 정직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간의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감정 역시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다. 가령 일반적으로 덴마크 직장인들은 일에 집중이 안 되면 밖에 나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머리를 식히곤 한다. 이렇게 여유와 휴식을 즐긴 후에는 업무 능률이 오르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처럼 덴마크 사람들은 개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을 신뢰하며, 그리고 이런 믿음에 상응한 행동을 한다. 비외른스코프는 “개개인의 강력한 자유로운 감정은 신비한 마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