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동 버스종점에서 서북쪽으로 마을 속을 헤집고 4km쯤 들어가면 세상이 갑자기 단절된다. 여기에 어떻게 이런 곳이 숨어 있을까 싶게 사람을 푸근하게 만드는 저수지가 펼쳐지고, 그 윗머리에 별세상 같은 마을이 적막 속에 앉아 있는 것.
저수지 옆으로 난 길로 들어서자마자 문명의 상징인 휴대폰이 숨을 멈췄다. 점심 시간을 갓 지난 한낮인데도 두 할아버지의 장기 두는 소리가 그나마 동네에 사람 있음을 알려줬다. “내가 이 동네 막내야.” 20년 전 이 마을에 이사왔다는 황재수씨(68)는 7가구뿐인 마을 사람 대다수가 70~80대 노인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이처럼 공기 맑고 아름다운 동네가 없다고 했다. 도덕산이 병풍처럼 둘러쌌고 마을 발 아래엔 못 물이 은빛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 마을 사람들은 채소 농사를 짓거나 닭을 키워 내다 판다고 했다.
“마누라도 오늘 배추를 들고 서평리시장으로 갔어. 한번 나가면 이틀 지나야 와. 그래봐야 10만원 갖고 오기도 힘들어. 요즘 사람들은 배추를 많이 안먹거든” 김중술씨(69)는 그래도 마을 안팎의 풍경이 너무 좋다고 했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