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STX는 그룹이 해체 위기에 봉착, 결국 강덕수 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물러났다. 사업자로 선정된 동양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에 몰리면서 현재현 회장의 경영권마저 위태로운 상태다. 만약 동양마저 무너진다면 에너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도약하려던 두 기업의 꿈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삼척 화력발전사업 조감도.
재계 관계자는 “훗날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욕심이 동양의 자산 매각 불발과 유동성 위기를 재촉한 원인 중 하나”라며 “동양파워 역시 경영권에 연연한다면 끝내 불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고위 인사는 “STX나 동양이나 발전사업권만 따내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 문제”라며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사업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일인데 성급했다”고 진단했다.
당초 삼척 화력발전사업자 선정이 한창일 때 사업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STX와 동양 등은 유동성 문제가 부각, 사업자 선정 과정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결국 STX는 동해발전사업을 일본 오릭스에 매각했고 삼척 화력발전사업자로 선정된 동양은 사업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양파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을 주관한 지식경제부와 삼척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부지 확보와 지역주민 동의에 가장 큰 배점을 함으로써 사업자 선정 과정의 혼탁을 초래한 데다 재무구조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은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삼척 발전사업에 참여한 바 있는 기업의 한 임원은 “기업 재무구조를 정밀하게 점검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해당 기업들이 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실체적 위기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