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성 인턴기자.
이에 발맞춰 지난 9월 초 동그라미재단은 기존의 경기도 분당 안랩 사옥을 떠나 강남구 역삼동 L 빌딩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교통이 불편한 경기도를 떠나 더 많은 이들과 뜨겁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그 이유다. 안랩 건물을 떠나면서 더욱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그런데 <일요신문> 확인 결과, 동그라미재단이 새롭게 사무국을 꾸민 L 빌딩 소유주는 안철수 의원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삼보컴퓨터 창립자인 이용태 숙명학원 이사장이었다. 1995년 해당 건물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 받은 이용태 이사장은 2006년 S 부동산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신탁했다. 신탁에 관한 정확한 계약 내용은 확인할 수 없으나 실소유주는 이 이사장인 셈이다.
문제는 이용태 이사장의 아들인 이홍선 TG삼보컴퓨터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인연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이홍선 대표는 안철수연구소 이사로 활동했고 안 의원과 같은 ‘브이소사이어티’의 멤버이기도 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재벌 2, 3세들과 사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안 의원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이홍선 대표가 운영했던 나래이동통신 역시 안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4월 <일요신문>(1042호)은 나래이동통신이 안철수연구소 상장 직후인 2000년 2월, 알려진 시세보다 4배나 높은 가격에 주식을 장외매입한 내역을 최초 보도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이홍선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출석 요구까지 받았지만 해외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회사를 통해 안랩 주식 5000주를 보유하고 있던 이홍선 대표는 코스닥 상장 이후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거친 뒤 최종 13만 150주를 처분해 1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안랩의 직원인 김 아무개 씨는 ‘안철수 의원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지분을 나래이동통신에게 싼값에 매각하게 해 손해를 보았다’며 주식 반환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서울 역삼동으로 이전한 동그라미재단.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구윤성 인턴기자
우연히 L 빌딩에 들어오게 됐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강남의 많고 많은 건물 가운데 우연의 일치로 그곳을 정했다는 해명인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아는 사이라 금전적으로 편의를 제공했을 수도 있고 재단 측이 운영비용 중 가장 큰 덩어리인 임대비용을 가까운 이용태-이홍선 일가에 지불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동그라미재단의 선택으로 안철수 의원에게 고질병처럼 따라 붙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의혹’도 새삼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 의원은 지난 1999년 안랩 상장 직전 BW 25억 원어치를 매입하면서 만기 20년, 이자율 10.5%로 할인된 3억 3950만 원만 납입했다. 이후 BW 25억 원을 그대로 행사해 146만 주를 부여받았고 결과적으로 코스닥 상장 직후 300억 원이 넘는 차액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에게 신주인수권 행사액을 대준 인물이 바로 이홍선 대표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나래이동통신에게 1주당 20만 원으로 주식을 판 인물이 바로 안철수 의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주식대금 23억여 원은 안철수 의원의 신주인수권 행사액(25억 원)과 비슷한 액수다.
안철수 의원 관련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이홍선 대표는 안랩 2대 주주였던 원종호와 나란히 지난해 국감에 불참한 것은 물론 그동안 우리 연구소가 제기한 의혹에 관해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동그라미재단이 이홍선과 관련된 곳에 입주했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홍선 대표는 나래이동통신이 주당 20만 원에 취득한 주식을 누구로부터 산 것인지, BW 발행 당시 주당 5만 원에 살 수 있었음에도 안 의원에게 BW 인수권을 몰아준 뒤 4배나 비싼 20만 원에 주식 23억 원어치를 매입한 이유 등을 밝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동그라미재단이 밝힌 자산은 약 937억 원이지만 현재까지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재단 측은 청소년들의 기업가정신을 함양시키는 ‘ㄱ찾기 프로젝트’, 공익사업을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는 플랫폼 사이트 ‘임팩트스푼’, 지역의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재단 측의 설명에 따르면, ‘ㄱ찾기 프로젝트’는 14개 프로젝트에 약 4억 5000만 원이 소요됐고, 임팩트스푼은 사이트 개발비,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는 아직 공모 중이기에 정확한 지원 규모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미래경영연구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안철수 의원)이 직접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지만 이번 일을 통해 정치적으로 부족함을 드러내 보였다”라며 “보안을 이유로 들어간 것으로도 보인다. 통상 아는 사람 건물에 들어가면 외부인 출입이 적고 그만큼 바깥으로 내부 이야기가 새 나가지 않는다. 공익 재단이 왜 보안 유지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