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임준선 기자
그렇지만 재기나 그룹 재건에 회의적인 시선 또한 만만찮다. 재계 관계자는 “동양은 도덕적 비난에 직면해 있는 터라 경영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도와달라는 형님의 요청을 끝내 거부함으로써 동양그룹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일각에서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선 데다 오리온의 대표상품인 ‘초코파이의 정(情)’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 회장은 “경영의 안정성과 주주들의 불안 등을 고려해 지원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안타깝긴 하지만 회장님과 부회장님 지분도 일정 부분 주식담보대출이 있었던 터라 동양 측이 요구하는 지급보증을 서주고 만의 하나 잘못된다면 경영권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다”고 말했다.
동양과 오리온은 2001년 계열분리했으나 이후에도 동서지간인 두 기업의 우애는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의 집도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이다. 지금까지도 두 기업은 기업 심벌을 같이 쓰고 있다. 동양이 고객들이나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로 오리온의 과자선물세트를 애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형님기업은 하루아침에 쓰러져버렸고 동생기업은 도움 요청을 거절한 채 형님이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무너진 형님을 대신해 동생인 담 회장이 고 이양구 창업주의 뜻을 이어가야 할 형편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오리온이 나중에 매물로 나오는 동양의 계열사를 인수할지 모른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룹의 근간이 되는 동양시멘트에 가장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법원이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고, 법정관리 인가가 난 후의 일이다.
동양그룹과 현재현 회장 일가에 대한 비난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지난 4일, 오리온그룹은 전사 휴무를 실시해 개천절인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의 휴식을 가졌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계시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창업주 자료 등과 관련해 동양 측에서 전달받은 사항은 아직 없다”고 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