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계에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2000년대 초반 유독 미시의 누나 팬이 많았던 아이돌 스타 A. 그가 지인들과 함께 강남 소재의 한 룸살롱에 자주 드나든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시 팬 세 명은 해당 업소 웨이터 한 명을 포섭했다. 가게에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단단히 받아낸 웨이터는 A가 업소에 오자 곧바로 미시 팬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세 명의 미시 팬이 룸살롱에 도착했다. A와 가까운 위치에 룸을 잡은 미시 팬 일행은 최고가 양주와 안주 등을 주문했다. 그들이 웨이터에게 또 한 가지 요구한 것은 A가 화장실을 갈 때 연락해 달라는 것. 당연히 웨이터는 곤란했다고 한다. 화장실을 오가는 복도에서 미시 팬들이 A를 붙잡고 사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같이 찍자고 매달릴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미시 팬들은 고가의 주문을 하고 거액의 팁까지 찔러 준 상태였다. 결국 A가 화장실에 가자, 웨이터는 그 사실을 미시 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A가 화장실에서 나와 룸으로 돌아갈 때 미시 팬들이 복도로 나와서 화장실로 향했다. 좁은 복도에서 미시 팬들과 A는 짧게 스쳐 지나갔다. 그게 끝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스타 A와 좁은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 바로 이 장면을 위해 세 명의 미시 팬은 수백만 원의 돈을 썼다. 이들은 술과 안주엔 손도 대지 않고 곧 룸살롱을 떠났다고 한다.
중고생 사생팬들은 유흥업소 안까지 들어갈 순 없다. 그 대신 그들은 기다림을 무기로 내세운다. 유흥업소 문 앞에 적게는 대여섯 명에서 많으면 10여 명까지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것. 당연히 사생팬의 존재는 해당 스타와 업소 관계자들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평소에도 사생팬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연예인 입장에서 이들이 유흥업소 앞까지 따라온다는 점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누군가 사진이라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업소 측에선 해당 연예인이 업소를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비상계단 등 별도의 통로를 확보하기도 한다. 논현동 소재의 한 텐프로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죠. 우리도 답답해요. 술 마시러 왔는데 가게 앞에 여학생들이 몰려와 있으면 영업에도 방해가 되니까요. 가서 연예인 안 왔다고 영업 방해되니 가라고 설득도 하고 겁도 줘 보지만 잠시 가는 척할 뿐 금세 다시 나타나요. 그러니 직원들 출입하는 곳으로 스타들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데 거기까지 알고 오는 애들도 있고, 아예 차량 앞에서 기다리는 녀석들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역삼동 소재의 룸살롱 관계자가 들려준 한 기막힌 부녀상봉 에피소드다.
“단골손님 한 분이 일행들과 함께 왔다가 술을 다 드시고 나가셔서 입구까지 배웅했어요. 그런데 그 분이 가게 앞에서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중학교 다니는 딸이 가게 앞에 떡하니 서있었거든요. 아차 싶었는데 오히려 그 딸이 더 놀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딸이 사생팬이었던 거죠. 결국 그 손님 분은 딸을 데라고 함께 귀가하셨어요. 얼굴 표정이 굳어서 단 한마디도 안하시는 데 정말 무섭더군요. 다행인 것은 그분이 그날은 2차를 나가지 않은 거죠. 그 분 지정 아가씨가 그날 일이 있어 가게를 쉬었거든요. 아가씨 팔짱 끼고 2차 나가다 딸과 마주쳤으면 어쩔 뻔했어요?”
연예인들이 유흥업소, 특히 룸살롱을 자주 찾는 이유는 그들만의 자리에서 술자리를 갖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열린 공간에선 편한 술자리를 갖기 힘들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유흥업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스타에 열광하는 팬들이라지만 그런 최소한의 사적인 공간까지 따라다니는 것은 지나친 팬덤이 아닌가 싶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흥업소 관계자들 역시 영업 방해가 심각하다며 유흥업소까지 극성스럽게 따라오는 일부 사생팬들의 자제를 부탁했다.
조재진 프리랜서
일부 기사들 정보 흘려 돈벌이
한 연예기획사 앞에 모인 팬들의 모습.
“일부 택시 기사들이 문제예요. 유흥업소는 손님들 귀가를 위해 택시를 자주 불러 택시기사들과 친분이 많아요. 그런데 그들에게 사생팬들이 접근해서 그런 정보를 돈 주고 사가요. 어느 업소에 스타 누가 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사생택시가 평소 연락하는 사생팬들에게 그 정보를 고가에 판 뒤 직접 택시에 태워서 해당 업소에 오는 겁니다. 결국 엉뚱한 사람만 사생팬과 연예인 사이에서 큰돈을 버는 거죠.”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