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97년 당시 노 당선자의 ‘부업’은 고깃집 당번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MC. 노 당선자는 그 해 7월1일부터 3개월 동안 SBS라디오 <6시간 생방송 뉴스 대행진>의 MC를 맡았다. 온갖 시사정보를 총망라해 6시간 동안 전달하는 <…뉴스 대행진>은 기자•방송인 등 3개팀 5명의 MC가 2시간씩 릴레이 진행하는 SBS라디오의 야심작.
▲ 지난 97년 대선 수개월 전 ‘방송인’으로 데뷔했던 노 당선자가 공동MC 김자영씨와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 ||
김자영씨는 97년 방송에 대해 “벌써 5년 전 일이라서 내가 어떤 얘기를 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MC 노무현’에 대해 “호흡은 잘 맞는 편이었으며 다뤄야 할 주제에 대해 엄청난 의욕을 보였던 분”으로 기억했다. 또 “한 사안을 두고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는 게 진행의 대부분이었는데 인권 등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탁월한 진행능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동운 부장 역시 “매일 8분 분량의 개인 칼럼코너를 맡았는데 칼럼 원고를 직접 쓰느라고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다는 얘기를 다음날 곧잘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노력형 MC’ 노무현도 제작진에게 “밥을 사겠다”는 공약(公約)만큼은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김자영씨는 “(노무현 당선자가) 밥을 한번 사겠다는 얘기를 평소에 많이 하셨는데 한 번도 사지 않아서 제작진 가슴에 한이 맺혔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낯을 조금 가리시는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노 당선자는 ‘자신의 밥값’도 아끼는 검소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권양숙 여사는 생방송 진행 때면 도시락을 싸와서 방송국 근처 승용차 안에서 그를 기다렸다고 한다. 차안에서 방송 모니터를 한 뒤 방송이 끝나면 함께 도시락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권 여사는 이번 선거 운동 중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은 얘기를 털어놨으며 “그 때의 수입이 생활에도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운 부장이 기억하는 당시 ‘노무현 MC’의 월급은 6백여만원. 하지만 그의 고소득 아르바이트는 3개월 단명에 그치고 만다. 12월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DJ 대통령 만들기’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에게 김민석 전 의원이 이별을 고한 것과 달리 1997년 부인 김자영씨에게 먼저 ‘이별’을 고한 것은 노무현 당선자였던 셈이다.
한편 김자영씨는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2월 20일 전화통화에서 “(남편이) 어제 집에서 노무현 당선자 얼굴을 보며 흡족해했다”며 “일단 본인의 목표였던 ‘창 저지’는 했으니까 만족한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본인은 만신창이가 됐고 ‘영광 없는 상처’밖에 안 남았지만 당분간은 관망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