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지난 5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2위를 확정하며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사실 LG가 이처럼 강팀이 되리라 예상한 야구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시즌 전만 해도 ‘잘해야 5위, 못하면 NC와 한화에도 발목을 잡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렇다면 LG가 야구계의 예상을 뒤엎고 승승장구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은 역시 구단의 투자였다. LG엔 리그 최고의 타자들이 즐비하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은 어느 팀에서 뛰어도 핵심 주전 선수들이다. 투수진에서도 봉중근, 이동현, 류제국, 우규민 등은 어느 팀 투수들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다. 집중해서 살펴야할 건 이들 모두가 원래 야구를 잘했던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몸값 역시 상당하다.
모 구단 운영팀장은 “올 시즌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적이라고 하는데, LG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몸값을 따진다면 기적보다는 정상적인 순위라고 보는 게 옳다”며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의 몸값만 해도 다른 구단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초고액”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팀장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 이진영, 정성훈을 눌러 앉힌 데다 삼성에서 FA로 풀린 정현욱을 데려오고 공익근무를 끝마친 류제국을 영입하는 데만 최소한 LG가 110억 원 이상을 썼다”며 “이 정도 돈을 과감하게 쓸 수 있는 구단은 이제 삼성도 아니고 LG뿐”이라고 밝혔다.
# LG 마운드, ‘투수 왕국’ 삼성 이상이다
LG의 과감한 투자는 시즌 2위로 빛을 냈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야 한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LG의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본다. 우선 탄탄한 마운드가 강점으로 꼽힌다.
MBC 청룡(LG의 전신)에서 신인왕을 수상했던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LG는 10승 선발투수를 세 명 배출한 1998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3명의 10승 이상 선발투수를 배출했다”며 “‘리즈-류제국-우규민-신정락-신재웅’으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는 삼성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평했다.
1990년대 LG에서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던 손혁 MBC SPORTS+ 해설위원은 강력한 선발진이야말로 포스트 시즌에선 가장 큰 무기라고 강조했다.
많은 야구전문가들이 LG의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불펜은 선발보다 더 강력하다. 올 시즌 LG 불펜진은 27승 16패 86홀드 42세이브 평균자책 3.40을 기록했다. 구원승·홀드·평균자책은 1위, 세이브는 넥센에 이어 2위였다.
세이브왕 출신의 조용준 MBC SPORTS+ 해설위원은 “이동현, 류택현, 정현욱, 봉중근이 버틴 LG 불펜진은 ‘심창민-권혁-안지만-오승환’으로 구성된 삼성 불펜진보다 더 견고하다”며 “이들 말고도 이상열, 유원상, 김선규, 임정우, 임찬규 등 뛰어난 불펜들이 상시 대기할 정도로 불펜층 역시 매우 두텁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투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한 포스트 시즌에서 LG의 두터운 투수층이 빛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 LG의 단점이 경험 부족이라고? 아닐 수 있다
강력한 타선과 탄탄한 마운드를 동시에 겸비한 LG지만, 야구계 일부에선 ‘큰 경기 경험 부족이 LG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LG는 2002년 이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포스트 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도 야수진에선 이병규·박용택·정성훈·이진영·현재윤, 투수진에선 이동현·정현욱·류택현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현재윤과 정현욱은 친정 삼성에서 경험했고, 이병규·박용택·정성훈·이동현 등은 11년 전 기억이 전부다.
특히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친정팀 쌍방울이 원체 약팀이라 뛰어난 개인성적에도 포스트 시즌 무대를 자주 밟지 못했다. 지도자가 돼서도 불운은 계속됐다. 그 바람에 김 감독은 야구계에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사령탑’으로 꼽힌다.
물론 경험 부족을 ‘사소한 결점’으로 꼽는 야구전문가도 많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10월 5일 두산과의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LG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덕분에 시즌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 LG가 역전승을 거둘 정도면 경험 부족은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