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본사 사옥 전경. 일요신문 DB
보고서는 또 “만기의 단기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성 차입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차입구조가 동양을 닮아가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아직 한계기업화 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재무구조 개선 계획과 진행사항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부그룹은 강력 반발했다. 동부그룹은 16일 ‘LIG투자증권 그룹리스크 진단 보고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보고서 내용 어디에서도 동부가 가장 위험하다고 본 근거가 무엇인지, 동부의 차입구조가 왜 동양과 유사한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차입구조가 동양과 전혀 다른데도 막연히 동양과 비슷하다고 단정한 것은 증권사 분석 보고서의 기본에서 크게 벗어났을 뿐 아니라, 기업의 신용도와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차입금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회사채는 전체 차입금의 3분의 1이며, CP(기업어음)는 거의 없어 시장성 차입금의 비중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동부 측 설명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보고서의 기본 틀도 갖추지 못한 경우였다. 우리의 경우 CP는 아예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자 LIG투자증권은 이례적으로 동부의 입장 발표 직후 ‘지난 보고서-그룹 리스크에 대한 오해의 여지를 정정한다’는 제목의 수정 보고서를 냈다. 수정 보고서는 “동부그룹은 담보제공 중인 금융회사 차입금의 연장 가능성이 높고, 시장성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으며 기업어음(CP) 발행이 거의 없고 투자적격등급인 점 등을 고려하면 동양을 닮았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최초 보고서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LIG 기업어음 피해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LIG그룹은 지난 2011년 3월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사기성 CP 등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최근 대기업 연쇄 부실의 진앙으로 꼽혀왔다. 이와 관련, 그룹 구자원 회장과 LIG넥스원 구본상 부회장은 구속 중이기도 하다. LIG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애널리스트의 실수였다”며 “주식 투자자에게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보고서이다 보니 주로 상장사 위주의 분석을 했다”고 해명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들이 관계사들의 부실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다수의 대기업집단은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4대 기업만 봐도 현재 계열사로 증권사를 두지 않고 있는 기업집단은 LG가 유일하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