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8일 외국인 매수세에 힘 입어 2년여 만에 2050선을 넘었다. 반면 환율은 9개월 만에 최저치인 1060.1로 마감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우선 환율과 금리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한다. 원화가치가 높아질수록 달러 기준으로 수익이 난다. 외국인 매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7월 원-달러 환율은 1136원. 이후 원화가치는 줄곧 올라 현재 1060원선이다. 달러당 76원만큼 수익이 났다. 기관들에게는 굉장한 수익률이다. 단기적으로 1040원을 전망하는 견해도 많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원화가치의 결정 요인은 결국 달러가치다. 달러를 주무르는 외국인이 외환시장에서는 좀 더 핵심 정보에 가깝다”며 “원화 강세에 대한 예측력도 국내 전문가보다 정확했던 것을 과거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 회복이 이뤄진 것도 매수세가 원-달러 환율이 1453원으로 정점을 찍은 때와 일치했다. 지난 2003년 5월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2년여 동안 이뤄진 외국인 매수랠리 때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외국인 매매의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국제금리다. 원화가치의 방향성은 달러가치에 좌우되는데, 달러가치를 좌우하는 게 바로 국제금리다. 가장 대표적인 국제금리는 리보(LOBOR)다. 현재 3개월 달러기준 리보는 연 0.24%다. 연초 0.31%, 버냉키 쇼크(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가 발생한 5월 연 0.28%보다도 낮다.
미국이 ‘달러 살포’를 줄일 계획이 맞으면 금리가 오르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리보는 되레 떨어졌다.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시점이 생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뜻이다. 양적완화를 주도한 밴 버냉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후임으로 재닛 옐런 부의장이 결정된 점도 긍정적이다. 성향으로 볼 때 현 상급자의 정책을 최대한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정부 폐쇄 위기 탓에 각종 경제지표 발표도 늦춰지고, 미국 FRB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 시점 판단도 더불어 뒤로 밀리게 됐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12월께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에는 내년 1분기로 축소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09년 3월 1140선에서 시작된 랠리는 지난해 말 1970선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지수 73%를 견인한 셈이다. 이후 올 들어서는 줄곧 매도 우위를 보이다 7월 1870선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현 지수가 2040이니까 9.1%를 끌어올렸는데, 이전에 비해 완연히 그 폭이 적다.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를 매수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환율과 금리를 노리는 투자자들 가운데는 상당부분 단기투자자금도 포함돼 있다. 또 9월만 봐도 미국계 자금(2조 원)만큼, 조세피난처 자금도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세가 반갑기는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당장 2500, 3000까지 갈 것이란 전망은 나오고 있지 않다. 2003년이나 2009년처럼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어차피 양적완화 축소는 내년 중에 할 것이고, 그러면 원화강세 추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이 어렵다 보니 이런 얘기는 솔직히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올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점도 외국인 매수랠리가 지수를 크게 끌어올리기 어려운 이유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2014년 실적 전망 추이를 보면 최근 이익축소 흐름이 다소 둔화된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아직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단기적으로 2014년 실적 전망에 대한 조율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그 과정에서 ‘못 오른 실적 복원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외국인이 사고 있는 주식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주인데, 대부분이 52주 최고가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기술적 분석을 해볼 때 당장 2011년 4월의 2200선을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지지선은 1차 2000(20일 이동평균선), 2차 1930~1940(60~120일 이동평균)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