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재무제표를 보면 부실기업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구윤성 인턴기자
재무제표 중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이 대차대조표의 자본항목이다. 이는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으로 크게 나뉜다. 이 가운데 주주들이 낸 돈이 자본과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이고, 회사가 벌어서 주주 몫으로 쌓은 게 이익잉여금이다. 현재 자본총계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의 합보다 적다면 자본잠식이 된다.
자본잠식이 됐다는 얘기는 회사 자산 다 까먹고, 이젠 주주 자산까지 까먹고 있다는 뜻이니 유의해야 한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주)동양의 6월 말 자본금은 1267억 원, 주식발행초과금은 1626억 원인데, 자본총계는 2031억 원에 불과하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는 대차대조표의 부채항목이다. 자본총계보다 부채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면 된다. 보통 이 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빚이 많은 기업이다. 여기서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를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 유동부채란 현금 형태로 된 빚이다. 유동자산이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많아야 빚 상환 능력이 탄탄한 셈이다.
(주)동양의 6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1조 1919억 원인데, 유동부채는 2조 4869억 원이나 됐다. 특히 유동부채 가운데 단기차입금, 즉 만기 1년 미만의 빚이 유동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 (주)동양의 단기차입금은 8138억 원이나 된다.
세 번째는 손익계산서다. 흑자가 난다면 다행이지만, 적자가 난다면 눈에 불을 켜고 따져봐야 한다. 적자가 난다면 회사 영업 때문인지, 아니면 자회사의 실적악화나 빚 부담 때문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주)동양을 보면 올 상반기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86억 원인데, 지난해보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본업 자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빚 상황 및 각종 영업외비용, 자회사 손실 등이 대거 발생해 경상손익은 83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본업도 안 좋은 데다 떠안은 짐도 많다는 뜻으로 이런 기업이 제때 돈을 갚을 확률은 극히 떨어진다.
네 번째는 현금흐름표다. 실제 회사에 들어오고 나간 현금들을 기록한 장부다. 전문가들이 재무상황을 볼 때 가장 요긴하게 활용하는 자료다. (주)동양의 경우 손익계산서 상에도 이미 적자, 현금흐름표 상에도 적자여서 굳이 현금흐름표까지 가지 않아도 부실기업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문제는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에서는 우량해 보여도 현금흐름표에서는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회계조작 논란이 일었던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의 6월 말 연결재무제표를 보자. 자본총계는 1조 641억 원으로 납입자본 4697억 원보다 훨씬 많다. 유동자산도 6999억 원, 유동부채는 3818억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유동부채 가운데 단기금융부채가 3105억 원에 달하지만, 현금성자산만 1000억 원에 육박하고, 부채비율도 100% 미만이어서 손쉽게 금융권 차입이 가능해 보인다. 우량기업인 듯하다.
그런데 현금흐름표를 보면 뭔가 달라진다. 손익계산서에는 800억 원가량 영업이익이 났는데, 영업활동 결과 회사에서는 오히려 311억 원이 유출됐다(-311억 원). 그러면서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보면 부채가 3588억 원 늘었다. 분명 남는 장사는 했는데, 돈이 없어 빚을 졌다는 뜻이다.
여기서 다시 재무제표로 돌아가 보면 매출이 1426억 원이지만 매출채권이 900억 원 늘었고 기타수취채권도 130억 원 늘어나 실제 돈을 받고 이뤄진 매출은 400억 원 남짓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셀트리온은 물건을 만들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하는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실제 매출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외상으로 물건을 떼 오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현금흐름표의 유용성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기업들이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할 때 공시하는 투자설명서도 훌륭한 투자지침이 된다. 투자설명서에는 회사 측이 예상하는 회사의 위험들이 상세히 나열돼 있다. (주)동양이 지난 8월 26일 발간한 투자설명서의 투자위험 항목 내 회사위험을 보면 유동부채와 유동자산을 언급하면서 계속기업과정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자금조달계획과 경영개선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경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각 계열사별 사업 위험도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