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씨는 자신의 혐의 자체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1억원은 악화된 병원 경영을 위해 빌린 것이고, 나머지는 대가성 없이 ‘성의’로 받은 것이라는 게 측근의 주장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으로 자주 만나던 시사평론가 김아무개씨(54)의 소개로 건설업자 홍씨를 한 번 만난 것이 전부라는 것. 그렇다면 주씨가 받은 금품은 일종의 ‘면담료’라는 것일까. ‘난센스’다. 주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제 남편인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로 향하고 있다.
“(분당 파크뷰아파트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도와준 것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일도 잘 끝났고, 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 없이 받은 것이다.” 임 전 지사의 한 측근이 전한 주씨의 주장이다. 한 마디로 ‘해 준 것 없이 받았다’는 이야기다. 주씨가 검찰에서 기소한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나름대로 펴고 있는 반박 논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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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창열 전 지사측은 파크뷰 건축허가 사전승인 과정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 다. | ||
임 전 지사측이 주씨의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주씨와 홍씨의 접촉 시기다. 임 전 지사측은 “홍씨가 주씨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씨와 함께 도지사 공관으로 찾아온 것은 경기도에서 사전승인 결정이 난 뒤”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씨 등이 주씨를 만난 것 자체가 사전승인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임 전 지사측은 세 사람이 만난 정확한 날짜에 대한 답변에서 매우 중대한 ‘착오’를 드러냈다. 주씨의 구속 직후 임 전 지사측 한 관계자는 건설업자 홍씨와 김씨가 공관으로 주씨를 찾아온 시기를 지난해 ‘5월28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5월31일’로 바뀌었다.
28일과 31일은 시간상으로는 불과 3일 차이다. 하지만 의미의 차이는 무척 크다. ‘사전승인과 아무 상관없다’는 임 전 지사측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면담시기가 ‘31일’일 경우 임 전 지사측의 주장은 일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경기도가 분당 파크뷰아파트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반려한 것은 지난해 5월10일이다. 그러자 성남시는 건교부 유권해석과 모 대학 연구소로부터 법률적 자문 등을 받은 내용을 첨부해 5월30일 사전승인을 재신청했다. 이에 경기도가 사전승인을 내 준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인 6월1일이다.
31일은 성남시가 사전승인 재신청을 한 날과 실제 경기도에서 승인결정 통보를 한 날의 사이다. 이날 늦은 오후 홍씨와 김씨가 공관으로 주씨를 찾아갔다면 이미 실무선에서 사전승인 결정이 난 이후일 개연성은 있는 셈이다.
하지만 28일이라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성남시가 사전승인 재신청을 하기도 전이다. 때문에 경기도가 사전승인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던 때다. 오히려 사전승인 재신청을 접수하기 이틀 전이었던 만큼 홍씨 등이 주씨를 찾아가 청탁하기에 적당한 시점이었다. 과연 홍씨 등이 공관으로 주씨를 찾아간 시기는 언제였던 것일까. 검찰이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중요한 의문 중의 하나다.
한편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임 전 지사가 홍씨 등으로부터 직접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홍씨 등이 공관을 찾아간 날 임 전 지사와 직접 만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홍씨의 진술을 통해 홍씨와 임 전 지사가 파크뷰 사전승인과 관련해 10여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지사측은 그러나 “공무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했는데 홍씨 등이 와 있었다”면서 “몸이 피곤해서 가볍게 수인사 정도만 하고 곧바로 침실로 올라가 잤다”고 주장했다.
임 전 지사가 의심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전승인이 국장 전결사항인데도 불구하고 도지사 본인이 직접 관여했던 까닭이다. 사전승인이 반려되자 성남시장과 부시장 등이 임 전 지사를 직접 찾아가 부탁한 것도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임 전 지사측은 그러나 이 또한 전혀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임 전 지사측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가 분당 파크뷰아파트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반려한 이유는 기준용적률을 크게 넘었기 때문이다. 30층이면 너무 높았다. 교통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것이 뻔했다. 그러자 2~3일 뒤 김병량 성남시장이 임 전 지사 도청사무실로 한 차례 찾아왔고, 그 후 부시장이 두 차례 정도 찾아왔다.
‘이미 분양이 끝난 상태인데 사전승인을 안 해주면 난리가 난다’고 재고해 줄 것을 부탁했다. 모 대학 연구소에서 법률적 자문까지 받아왔다. 또 건교부 질의회신 내용도 가져왔다. ‘용적률과 관련된 것은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다’고 돼 있었다.
그러자 담당 국장이 ‘성남시에 공을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건의해서 임 전 지사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이다. 임 전 지사가 결정하지도 않았고, 담당 국장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법 절차나 진행 과정에 하자는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확인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의문은 임 전 지사가 부인 주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파크뷰 사전승인 과정에서 임 전 지사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도덕적 비난은 면키 어렵다.
임 전 지사측은 주씨의 금품수수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전 지사측은 “지난 5월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으로 도지사로서 마지막 출장길에 오를 때 주씨도 동행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함께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 그 때 벌써 출국금지가 됐던 것 같다”며 “임 전 지사는 귀국 직후에야 주씨로부터 모든 사실을 뒤늦게 전해듣고 크게 화를 냈다”고 밝혔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검찰은 또 얼마만큼 밝혀낼 수 있을까.
갖은 구설에 오르내리다 지난 99년에는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으로 4억원을 수수해 감방생활까지 했던 주씨. 그녀의 마지막 ‘도박’은 무수한 의문점들을 남기며 도지사직을 물러난 임 전 지사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