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와 마찬가지로, 아니 더욱 더 연예인에겐 이런 사건은 치명적이다. 이혁재, 최철호,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 등이 음주 폭행사건에 휘말려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혁재의 경우 최근 그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의 여론은 당사자인 연예인에게 그런 틈마저 주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결국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을지라도 이미 음주 폭행사건에 휘말린 연예인은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대중들과의 오픈된 술자리를 꺼리는 결정적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런 터라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찾는 연예인 가운데에는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편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 찾는 경우도 많다. 별다른 주사가 없고 성격상 폭행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연예인들도 유흥업소를 찾게 되는데, 이는 술 취한 누군가가 시비를 거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술에 취해 연예인에게 시비를 거는 사례는 많다. 비교적 오픈된 유흥업소인 바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유명 룸살롱 마담 출신으로 현재는 삼성동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그런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고 한다.
“대부분 시작은 호감 표시예요. 좋아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다가가는데 연예인 입장에선 사적인 시간을 방해받는 것이니 좋아할 리 없겠죠. 그래도 고맙다며 좋게 넘기는 연예인들이 많고 사인을 해주는 등의 배려를 베푸는 이들도 많아요.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 취객이 많다는 점이죠. 처음엔 좋다고 다가갔지만 이내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거는 분들이 종종 있거든요. 자기가 호감을 표하는데 연예인이 조금이라도 싫은 표정을 보이거나 귀찮아하면 막 화를 내는 분들도 많고요. 대부분 연예인들이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돼요.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정말 미안한 상황이죠. 그래서 술값을 안 받은 경우도 많아요.”
다행히 룸살롱 등 외부와 단절된 유흥업소에선 이런 일이 많지 않다. 대신 연예인이 술에 취하거나 동석한 일행이 취해서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도 사람인 터라 방송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주사가 심한 이들도 많다. 논현동 소재의 룸살롱 사장의 얘기다.
가장 미묘한 경우는 룸 안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다. 행여 업소를 드나드는 과정에서 다른 룸 손님과 싸움이 생기면, 특히 싸움이 커져 경찰까지 오면 매스컴이 아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행히 룸 안에서 일행 사이에 벌어진 싸움이면 이런 상황까지는 막을 수 있다. 경찰 신고 등의 극단적 상황을 피하고 싸움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유흥업소 측은 상당한 피해와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논현동 소재의 한 텐프로 관계자는 술자리에서 폭행당해 데뷔한 연예인도 있다는 기막힌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날 술자리에는 주조연급 배우 C와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또 다른 남성 한 명까지 세 명이 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배우 C의 여자친구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배우 지망생이라 C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마련한 자리였다네요. 그런데 C는 계속 둘 사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다 술자리에서 결국 폭발한 거예요. 갑자기 룸 안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어요. 몸싸움 하는 소리, 여자 비명 소리, 잠시 후에는 남자 비명소리까지 들렸죠. 웨이터가 불러 뛰어 가보니 아주 난리판이었어요. 배우 C가 잔을 던져 깬 뒤 그 남자를 무지막지하게 팬 모양이더라고요. 겨우 말렸는데 계속 여자친구분이 울더군요. 만약 룸에서 피까지 보였으면 신고했을 거예요. 조금 있다가 밖의 차량에 있던 C의 매니저가 와서 상황을 정리했어요. 몇 달 뒤에 C가 나오는 드라마에 그때 맞은 친구가 단역으로 나오더군요. 나중에 들으니 오해를 푼 뒤 그 때 일이 미안했던 C가 그 친구를 자기 나오는 드라마에 단역으로 추천했다더군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