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금호가 ‘형제의 난’ 당시 채권단은 이렇게 박삼구 회장을 압박했다. 보통사람에게 있어서 집은 가장 큰 자산이며 최후의 자산이다. 부도가 나면 채권자들이 제일 먼저 가압류를 거는 것도 부동산, 채무자의 자택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대재벌을 이끄는 회장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로 사재 출연 압박을 받고 있는 현재현 회장의 자택에도 이미 가압류가 걸렸다. 현재현 회장부터 최근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 STX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회장님들의 자택은 안녕하신지’ 따져봤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왼쪽)과 서울 성북동의 현 회장 자택. 구윤성 인턴기자
4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당사자인 현 회장이 자신의 개인 재산이라도 털어 그들을 구제해 줄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현재현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의의 피해보상에 사재 출연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면서도 “다만 저는 이미 전 재산을 회사에 넣고 경영했기 때문에 추가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 발언이 있었던 바로 그날, 현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이 가압류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지 면적 1478㎡에 지상 3층, 지하 2층 구조의 건물 연면적 1452.75㎡인 성북동 단독주택은 현 회장의 마지막 남은 재산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국토교통부 조사 기준으로 토지가 45억여 원, 주택이 13억여 원으로 60억 원에 달하지만 시세는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 회장의 성북동 자택에 서울중앙지법을 통해 지난 10일 가압류를 신청한 채권자는 한국증권금융주식회사. 청구금액은 24억 5020만 원이었다. 지난 2008년 7월 현 회장은 한국증권금융주식회사와 동양증권·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 등 자신이 보유한 동양그룹 계열사 주식을 담보삼아 1년간 27억 원을 차입하는 계약을 했다. 이후 현 회장은 해마다 계약을 연장해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서울 한남동의 박 회장 자택. 일요신문 DB
그러나 지난 18일 법원이 동양네트웍스 등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받아들여 주식거래가 재개됐다. 이에 한국증권금융은 21일 담보로 잡고 있던 현 회장의 동양네트웍스 주식 88만 9000여 주를 반대매매해 나머지 6억 9000만 원도 전부 회수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현 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가압류할 필요가 없어진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가압류 집행 해제를 신청했다.
현 회장의 자택 가압류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서 현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졌다. 그러나 <일요신문> 취재 결과 지난 18일 현 회장의 자택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서 추가로 가압류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청구금액은 앞서의 24억 5020만 원보다 많은 44억 원으로, 이번에는 채권자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였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협은행 역시 동양그룹 계열사 주식을 담보삼아 현 회장에게 44억 원을 건넸다”며 “지난 18일부터 담보 주식 반대매매를 통해 44억 원 중 25억 원을 회수하고 19억 원을 못 받았다. 이 돈이 모두 회수되기 전까진 가압류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강 회장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동의 트라움하우스 5차 고급 연립주택에 살고 있었다. 트라움하우스 5차 중에서도 강 회장이 살고 있는 호수는 전용면적이 273.64㎡로 강 회장과 그의 어머니 박 아무개 씨가 각각 6분의 5와 6분의 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트라움하우스 5차를 구입했던 2006년 3월 당시 은행으로부터 자택에 근저당권 설정해 36억 원을 차입했는데 아직까지 채무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 6월 25일에는 자택이 세금 12억 9410만 원의 납세담보로 제공되기도 했지만 8월에 세금을 모두 납부해 근저당설정이 해지됐다.
반면 자신이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간 총수도 있다. 지난해 9월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계열사 매각 등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2007년 2월부터 서울 한남동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대지 면적 1104.1㎡에 건물 연면적 340.72㎡인 윤 회장의 자택은 지난 1월 기준 국토교통부 공시지가가 44억 8000만 원을 기록했다.
윤 회장은 지난 4월 8일 토지 및 건물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매매예약을 체결한 뒤 지난 6월 매매를 완료하고 집을 이사했다. 윤 회장이 옮긴 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편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이 한남동 자택을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에게 팔고 이사를 간 이후 그 집에는 새로 사람이 들어오지 않고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박 회장 자택에는 지난 2010년 2월 서울서부지법을 통해 청구금액 50억 원의 가압류 기록이 나오는데 채권자는 팬지아데카(현 오크트리캐피탈)였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팬지아데카를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해 박 회장 개인이 연대보증을 섰는데 금호산업이 풋옵션 채무를 불이행해 팬지아데카가 가압류한 것이다. 이 가압류는 4개월이 지난 2010년 6월 해제됐다.
근저당도 2009년 2월에 두 건이 설정돼있었는데 채무자는 박삼구 회장이 아닌,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부보로 기록돼있다. 채권최고액은 각각 32억 5000만 원과 21억 4500만 원. 이 두 건의 근저당은 지난 2011년 2월과 3월에 해지됐다.
한편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과 동서지간이자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의 자택에는 근저당이나 가압류의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1996년 3월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함께 공동 소유로 매입한 담철곤 회장의 현재 서울 성북동 자택은 대지 면적 1101㎡ 건물 연면적 1546.11㎡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