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고위 간부의 이 같은 발언은 재계 고위 관계자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에 이어 민간단체에서도 이념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YMCA는 1903년에 출범한 이후 올해 창립 1백주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기독교 청년모임이자, 순수 민간단체로 사회계몽에 큰 역할을 해왔다. 2003년 1월 현재 회원은 4만5천 명이고, 이중 활동회원은 3천 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종교적 성격이 강한 데다, 오랜 역사로 인해 다른 시민단체 등과는 달리 그동안 가급적 정치적 성향을 배제해왔기 때문에 이념적 갈등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집행부 내 문제를 기화로 시작된 내분이 ‘YMCA 개혁요구’로 이어지면서 지도부와 개혁파 사이에 향후 이 단체의 진로를 두고 심각한 이념적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 YMCA 개혁세력이 ‘표용은 이사장(위 작은 사진)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김상덕 YMCA 기획행정국장은 지난 1월17일 <일요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개혁파들이 요구하는 것은 조직체계를 수평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회장도, 부장도 없고, (동구권의) 사회주의처럼 다 똑같이 가야한다는 주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국장은 “YMCA는 (현실에 참여하는) 시민운동만 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개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YMCA를 시민단체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 회장이나 지도부를 퇴진하라는 개혁파의 주장을 정리하면 YMCA의 회장을 시민운동가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YMCA의 설립 취지를 흐릴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도부측의 주장에 대해 YMCA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개혁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심상용 시민단체팀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리 이사장을 퇴진시키고, 민주적인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 사회주의란 말이냐”라며 지도부측이 언급한 ‘사회주의적인 발상’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심 팀장은 “표용은 이사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는 YMCA 본연의 활동인 사회체육운동 등을 뒷전에 두고, 호텔사업, 수익사업 등 관리행정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아이러브 YMCA’ 등 다른 비판단체 등이 생겨난 것을 보면, 현 지도부에 의해 YMCA가 황폐화됐음을 알 수 있으며 YMCA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표 이사장이 비자금을 축적해 사용한 것이 밝혀졌으며, 조만간 비자금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고, 표 이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최근 번진 전경련 파문도 마찬가지지만, 단순 논리로 사회주의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의 사회보장제도는 공산주의와는 다른 사회주의를 도입해 만든 제도인데 이들 국가를 사회주의 국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