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대구역점(조감도) 신축현장에서 지난 1월11 일 인부 두 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등 롯데 계열사에서 안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 ||
2002년 11월4일 부산롯데호텔 지하1층 변전실에서 한명이 감전사한 것을 시작으로 11월19일에는 대구 롯데백화점 상인점 건설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기사가 2t가량의 철골 구조물에 깔려 죽었다.
이어 올들어 1월11일에는 대구역 자리에 들어서는 대구역사 롯데백화점 신축 공사장 현장에서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부 2명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상인점 공사현장에선 지난해 6월에도 배관공 한 명이 기계에 목과 가슴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동안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사람은 무려 5명에 이른 셈. 때문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현장 관리나 경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부산 롯데호텔 감전사 사고. 지난해 11월4일 밤 부산롯데호텔 지하 1층 변전실에서 변압기 교체 작업을 벌이던 박아무개씨가 고압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이 사고로 부산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건물 전체가 정전되면서 백화점 손님과 호텔 손님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호텔 투숙객이 긴급 대피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이어 11월19일 벌어진 롯데백화점 대구 상인점 사고. 25t 크레인 기사 김아무개씨가 2t가량의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지는 변을 당했다. 롯데건설쪽에선 김씨가 고임목을 놓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본인 과실이고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주였기 때문에 산재보험 처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월11일 벌어진 대구역사점 사고. 배관공 이아무개씨(50)와 방화관리자 석아무개씨(22)가 공사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목격된 것은 오전 10시 반께. 이어 점심시간에도 이들이 보이지 않자 공사 관계자들이 찾아나섰다. 이들은 1시 무렵 지하 2층 통풍구 바닥에 떨어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 신격호 롯데 회장. | ||
이씨가 우측 손에 담배갑을 들고 있었고 현장에 3분의 1쯤 탄 담배가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망한 두 사람 모두 외상은 없고 석씨는 두개골이 골절됐다. 이씨는 우측늑골과 팔이 부러져있었고 우측 장기에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고 현장은 사고 1주일 전쯤 공사가 끝난 현장이었다.
이에 대해 공사를 담당하는 롯데건설 관계자는 “담배 피는 배관공을 방화관제사가 말리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롯데건설쪽에선 밝혔다. 사고가 난 공간 역시 통상적으로 작업하는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미 9일 작업완료를 한 곳으로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공사에 따른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느냐는 점. 이 공사장 2~8층의 통풍구는 모두 석고보드 등으로 막혀 있었지만 사고가 난 1층 통풍구는 추락방지물이 없이 열려있었다. 사고 현장이 사실상 안전관리 대상에서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쪽에선 “안전 장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회사쪽 책임을 일단 부인했다. 사고 원인도 경찰 수사가 끝나봐야 안다는 것. 하지만 사고를 부른 통풍구에 대한 안전조치가 소홀했다는 점에 대해선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잇단 롯데 계열사의 안전사고에 대해 롯데쪽에선 대구역사점 사고를 빼고는 회사쪽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일어난 대구 역사점 리프트 사고의 경우 배관공 서아무개씨가 기계식 리프트 위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을 하다 후진하던 중 배관용 덕트에 목과 가슴이 끼여 사망한 사고 역시 작업자 실수였다는 것.
작업시간이 아니라 휴식시간에 일어난 사고였던 데다 사망자 본인의 과실이었기에 산재보험 처리를 했지만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사업주 무과실 처분을 받았다는 것.
또 크레인 사고 역시 사업주인 크레인 운전자의 실수라 롯데와는 무관하다는 것. 때문에 롯데쪽의 책임으로 줄사고가 낫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롯데건설쪽의 주장이다. 하지만 반년 만에 5명이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점을 보면 공사현장 관리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어쨌거나 롯데그룹 전체에 ‘관리 부실’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그룹 창업주에서 2세 경영자로 경영권 이동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롯데가 이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