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있었던 두 건의 인사 발표 장면은 왜 항간에 ‘청와대 대변인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떠도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홍보수석이 인사 발표와 같은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는 것은 홍보수석이 대변인을 겸직하는 체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라며 “엄연히 대변인이 있는데도 홍보수석이 나서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이 인사의 지적이 일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대변인과 윤창중 전 대변인이 ‘더블 마이크’로 활동할 당시 인사 발표를 비롯한 공식 발표는 두 대변인이 돌아가면서 했다. 당시 이남기 전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윤창중 파문’ 당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연 것 외에 그가 마이크 앞에 서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지 공식 발표자로 나서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최근 김 대변인의 역할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에 대해 서면 브리핑을 내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정현 수석이 공식 회견 외에도 오전, 오후 한 차례씩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며 현안 관련 청와대 기류나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대변인의 역할은 극도로 축소된 것이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사실상 이 수석이 대변인을 겸하는 체제이고, 김 대변인은 선임행정관이나 과거 정부의 부대변인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평했다.
‘대한민국 대변인’이라 불러도 무방한 청와대 대변인이 이처럼 존재감 없는 자리가 된 것은 김 대변인과 윤 전 대변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윤 전 대변인은 대통령 해외 순방 수행 도중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는 초유의 대형 사고를 쳤다. 김 대변인의 경우 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들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는 내부 평가가 있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이 존재감 없는 채로 방치되는 비정상적 상황 역시 박 대통령 인사의 또 다른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정 못 믿겠으면 경질하고 새 사람을 앉히든가, 그게 아니라면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맡기는 게 상식”이라며 “인사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박근혜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