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정 성매매’ 여성들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스튜디오에 들러 기모노, 비키니, 교복, 가운 등을 골라 입고 홍보용 사진을 찍는다. 일요신문 DB
그런 김 씨가 일하는 곳은 다름 아닌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 김 씨는 “안마방이나 룸보단 출퇴근이 자유로워 오피에 다닌다. 3학년 겨울방학 때 일본에 다녀온 것이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쉽게 돈을 벌다보니 한국에 돌아와서도 평범한 아르바이트는 못하겠다”며 자신의 성매매 업계 입성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김 씨가 말한 ‘일본에 다녀온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해외 원정 성매매였다. 특별한 꿈도 없이 대학을 다니던 김 씨는 지난해 겨울 돈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에 해외 원정 성매매를 결심했다. 김 씨는 “사실 노래방에서 잠깐 일해 본 적이 있어서 원정 성매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여대생들 대부분은 유흥업계 경험이 있는 애들이다. 이런 애들만을 상대로 하는 전문 브로커가 있는데 방학 때마다 연락이 온다”며 “나 역시 브로커의 연락을 받고 잠시 망설였지만 일본엔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단기간에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전화를 걸고 있더라. 브로커가 사진과 여권을 요구해 보냈더니 3일 만에 비행기 티켓과 선불금 700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이 뜨는 한국여성 데리바리(출장 서비스) 소개 사이트들. 그만큼 일본 원정 성매매가 심각하다는 반증일까.
김 씨는 “나는 비키니를 입고 촬영했는데 얼굴이 못생길수록 노출도 심해진다고 하더라. 촬영된 사진은 과한 포토샵 작업을 거쳐 업소 홈페이지에 올려 손님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거의 데리바리(출장 성매매 업소)라 손님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을 보고 콜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본어가 가능하고 외모가 상당한 애들은 한국의 룸살롱과 같은 ‘크라브’(클럽)로 가기도 했는데 여긴 2차를 나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키 170㎝의 늘씬한 몸매와 화려한 외모를 자랑했던 김 씨는 일본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김 씨가 일했던 업소는 40분, 2시간, 8시간, 12시간 등 다양한 코스를 제공했는데 시간당 평균 2만 엔(약 22만 원)씩 받았으며 하룻밤을 보내면 5만~8만 엔(약 54만 원~85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물론 이 돈을 모두 여대생이 가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30~50%를 마마(포주)에게 상납해야 했다.
콜을 받으면 대부분 인근의 러브모텔로 불려갔으며 간혹 가정집으로 호출되기도 했다. 김 씨는 “평범한 아저씨들이 가장 많았다. 언니들 말을 들어보니 일본인들이 한국남자들보다 친절해 일하기가 편하다더라. 때론 고가의 선물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는 등 진짜 데이트를 하다 보내주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랑 대화하려고 두 달 만에 기초 한국어 회화까지 마스터하는 분도 봤다”며 “종종 야쿠자가 부를 때도 있는데 나도 들은 얘기지만 미모에 반해 거의 납치하다시피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더라. 포주에게 돈으로 여자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돈은 쉽게 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김 씨의 건강은 악화됐다.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김 씨는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관광은 꿈도 못 꿨다. 누가 도쿄에 대해 물어볼까봐 일본에 갔다는 말도 못할 정도다. 콜이 오면 빨리 일을 하고 잠을 재워주는 손님이 제일 좋았다”며 “돈을 모을수록 이걸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나중엔 불면증까지 겪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한국에서 온 9명의 여대생들과 한 아파트에서 공동생활을 했는데 처음엔 2명뿐이었던 인원이 2~3일에 한 번씩 추가돼 일주일 만에 9명이 됐다고 한다. 서로들 말은 안 했지만 말투에서 전국 각지에서 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 김 씨는 “처음에 성매매를 하는 여대생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들의 외모에 또 다시 놀랐다. 서로 예명으로 부르고 사생활은 절대 묻지 않았기에 같이 살아도 무언가 의지되진 않았다. 심지어 돈을 훔쳐갈까봐 잘 때도 핸드백을 끌어안고 잤다. 나도 2달을 채우고 떠나올 무렵엔 1800만 원을 가방에 넣어 24시간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 안마방이나 오피 출신들이 원정을 뛴다. 룸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굳이 일본에 갈 만큼 돈이 궁핍하지 않다. 이런 애들은 주기적으로 원정을 나가는 편이고 여대생들은 방학에 집중된다. 엔화가치가 높을 땐 일주일에 40~50명씩 보냈다. 얼굴이 되는 여대생들은 비행기 비용을 대주면서 데려가기도 한다. 하루 10번씩 돌리면 충분히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며 “이제 또 다시 성수기를 앞두고 브로커들이 여대생 사냥에 나서고 있는데 부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