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회장의 군대 동기인 육사 37기 내 ‘유신 6중대’가 10월 인사를 앞두고 모임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확인 결과 박지만 회장은 동기들에게 참석 의사를 밝혔을 뿐, 실제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날 모임은 멤버들 가운데 중견기업 전무로 입사하거나 군사학과 교수로 가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동기 모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신 6중대’ 멤버 가운데 최소 두 명이 이번 중장 이하 진급대상자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남았다. 해당 모임 성격을 더 알아보기 위해 접촉한 6중대 멤버들은 “우리 모임에 대해 특별히 말씀드릴 것이 없다”,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한 6중대 인사는 “친구들끼리 술자리 한 것을 두고 소설을 쓰면 되느냐”며 “유신 6중대란 말은 우리만 쓰는 것도 아니고 매 기수마다 쓰이는 말”이라고 밝혔다. 실제 육사에서는 ‘을지 3중대’, ‘무열 5중대’와 같이 ‘유신 6중대’라는 말이 쓰이는데 여기서 유신이란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이 아닌 김유신 장군을 뜻한다.
<일요신문>이 파악한 유신 6중대 멤버는 총 18명이다. 육사 37기 수석 입교생인 원영주 씨를 비롯해 멤버들은 한국국방연구원, 육군정보학교,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운영지원본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멤버 중 한 사람이 2급 고위공무원에 준하는 경찰청 감사관으로 진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멤버인 정태희 육군 군수참모부장(소장)은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도 진급 대상자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셨다.
군에서는 박지만 회장과 군 인사 문제를 연관시키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나 정치권에서는 육사 37기를 ‘특별관리대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중장으로 진급한 이재수 인사사령관이 이번에 기무사령관으로 옮기면서 ‘육사 37기가 현 정권의 핵심 정보라인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박 회장의 중앙고 동기로 박 회장의 옥바라지를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이재수 중장이 기무사령관으로 오면서 6개월 만에 경질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이임식도 없이 바로 기무사를 떠나면서 군 내부 암투마저 불거졌다.
국방부 소속 국방정보본부장은 최근 “군이 정치개입을 하려면 60만 군인을 동원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조보근 중장이 맡게 됐다. 기무사 수장과 국방정보본부가 육사 37기로 채워진 셈이다. 이미 국정원에는 육사 37기 출신인 고명현 국방보좌관(임기제 준장 진급)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수 기무사령관, 전인범 육군 특수전사령관,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
이 때문에 육사 37기생 사이에서는 “(박근혜 정권에서) 사적인 모임에서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이 불문율로 통한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육사 37기 동기회를 맡은 한 간부급 인사는 “똘똘 뭉치고 화합하고 단결해서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어느 불순세력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한 최측근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같은 기수 중에도 박 회장과 친한 사람이 있고 안 친한 사람도 있다. 이번에 진급 못 한 친구들도 있는데 하나하나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 정권에서 자신(박지만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8·15나 10·26 행사도 안 나갔던 것”이라며 “올해는 동기 모임도 안 나갔다. 잘못 짚으셨다”고 덧붙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