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9년 8월9일 특보단회의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 | ||
민주당에 입당할 인사로는 박준영 전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을 비롯해 광주 북을에서 출마할 뜻을 굳히고 텃밭 다지기에 나선 최진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실 국장, 전남 광양·구례에서 출마할 예정인 이만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또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보좌관 출신으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는 정은성 전 청와대 통치사료비서관과 수도권에서 출마하기로 결심한 황인철 전 통치사료 비서관 등도 민주당행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당 입당이 유력시되는 ‘DJ맨’으로는 ‘호남정치 1번지’로 불리는 광주 동구에서 출마할 뜻을 갖고 있는 노인수 전 사정비서관과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지난 9월 사무실을 낸 김동철 전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DJ맨들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 양당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행이 유력시되는 인사들은 ‘집단 입당’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양당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좌고우면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관망파’ 인사로는 조순용 전 정무수석과 박선숙 전 대변인을 꼽을 수 있다.
▲ (왼쪽부터)조순용 전 정무수석.박준영 전 공보수석.박선숙 전 대변인. | ||
최초의 청와대 여성 대변인이었던 박선숙 전 공보수석비서관도 양당이 영입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대상. 하지만 박 전 대변인은 “지금은 두문불출하고 있다”며 “일단 올해 말까지는 살림을 하면서 쉴 생각”이라고 밝혀 정계 복귀와 당적을 두고 고심중임을 내비쳤다.
국내언론2비서관을 지낸 김명전 교육방송 부사장도 현재 전남 장흥·영암에서 표밭갈이에 한창이지만, 아직 어느 당에 입당할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양당으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은 한 청와대 출신 DJ 측근 인사는 “현재 어느 당으로 가야할지 관망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아야만 움직일 것”이라며 “당직을 주더라도 고위직을 주든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공천이 보장돼야만 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호남 표밭을 두고 치열한 ‘민심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우리당은 서로 ‘DJ맨’들이 자기 당에 더 많이 입당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민주당행을 결심한 청와대 비서 출신 한 인사는 “DJ맨 가운데 열린우리당에 가는 사람보다 민주당에 입당하려는 사람이 적어도 3 대 2 정도로 많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당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 민심이 바뀌고 있다”며 “광주·전남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의원 등 30여 명이 조만간 우리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양당이 이렇게 ‘DJ맨’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호남권의 DJ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어느 당에 DJ맨이 더 많이 입당했느냐는 곧 ‘김심’(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이 어디로 기울었는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DJ맨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때나마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가족들’이 민주당과 우리당으로 갈리는 것에 대해 DJ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선 “DJ가 청와대 비서들에게 ‘정치에 나서지 말고 자중하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최근 DJ를 접견한 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런 말씀은 없으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께선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말씀하셨다. 특별히 (정치) 활동을 하지 말라고 하신 적은 없다. 확실하다”고 전했다.
한때 청와대에서 동고동락했던 ‘DJ맨’들은 현재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입지에 따라 민주당과 우리당으로 엇갈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어쩌면 이들 중 몇몇은 내년 총선에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 ‘정치권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