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예인이 연루된 유흥업소 폭행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옛날이야기를 몇 가지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그 당시 톱스타 가운데 한 명인 여배우 A가 룸살롱에서 폭행당한 사건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대 초반, 불과 10여 년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마치 수백 년 전에 벌어졌거나 판타지 속의 이야기처럼 들릴 만큼 충격적이다.
당시 인기가 급상승해 잘나가는 여배우가 된 A는 CF 업계에서도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한 룸살롱에서 여배우 A가 CF 업계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갖다가 따귀를 맞는 등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유흥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룸살롱 바지사장이었다.
“내가 웨이터로 일하던 시절의 일이에요. CF 업계에서 잘나가는 분이 그 가게 단골이었는데 그분께 잘 보이면 CF 모델로 발탁될 수 있다고 알려져 함께 룸살롱에 오는 연예인과 매니저들이 많았어요. A와 그의 소속사 대표도 같은 이유로 가게에 왔죠. 그런데 술자리 도중에 갑자기 난리가 났어요. 그분이 A한테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웨이터를 불러서 끌어내라고 하고 아주 난리였어요. 이미 뺨을 몇 대 맞아 A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죠. 그 즈음 A는 막 인기를 얻어 스타덤에 올라 눈에 보이는 게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술자리에서 싸가지 없게 굴었다고 알려졌어요. 그분한테는 더 잘나가는 스타들도 잘 보이려고 굽실대곤 했는데 사람을 잘못 본 거죠.”
연예계에도 분명 실력자는 존재한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엄청난 재력을 갖고 있는 이들과 엄청난 인맥을 가진 이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상상해보라.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로 분류되는 연예인일지라도 멀리서 그들을 보면 뛰어가서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해야 하는 이들의 영향력을.
“예전 마담과의 친분으로 인해 한때 그분이 단골이었어요. 그런데 화가 나면 욕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었는데 문제는 그분께 욕을 먹는 이들이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라는 점이었죠. 손에 꼽히는 최고의 배우들이 술자리에서 그분한테 엄청난 욕을 먹는데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연신 잘못했다고만 하는 모습이 우리 입장에선 매우 충격적이었거든요.”
의외로 캐스팅 관련 회의가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사무실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나 사무실에서 결정된 사안을 뒤집기 위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캐스팅이야말로 연예계에서 가장 상업적인 사안이다. 원하는 배우를 출연시키려는 제작자와 감독은 철저히 을이 되지만 반대로 배우가 출연을 원할 경우 제작자와 감독이 갑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진 청담동 소재의 한 텐카페 마담에 의하면 이런 캐스팅 관련 이야기가 오가는 술자리가 일주일에 몇 번씩 이뤄진다고 말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 잘나가는 영화 제작사 대표 C 씨는 정말 최고의 갑이에요. 소위 잘나가는 배우와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들도 C 대표랑 술자리를 갖기 위해 사정사정을 할 정도니까요. 그분 아주 괴팍해요. 특히 인기는 좀 있는데 연기 안 되는 배우한테는 사정없이 욕을 할 정도예요. 톱스타로 분류되는 배우가 술자리에서 내내 엄청 욕을 먹은 뒤 결국 캐스팅도 불발되고 돌아간 적이 있었어요. 웨이터들이 그러는데 나갈 때 우는 모습을 봤다네요. 상황이 역전되는 케이스도 종종 벌어져요. 잘나갈 땐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매달리다시피 해도 거절하던 배우가 몇 년 뒤 인기가 시들해져 다시 그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제발 배역을 달라고 술자리에서 애원하는 일도 자주 있으니까요.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여기서 보면 톱스타들이 욕먹고 울고 때론 사정사정하며 애원하는 모습도 종종 구경할 수 있답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