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빠 어디가’의 ‘윤후 먹방’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방송 화면 캡처.
기획안이 통과된 후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캐스팅이었다. 연예인들은 가족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은 꺼리는 편이다. 방송 활동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방송인 김성주의 섭외는 생각보다 쉽게 이뤄졌다. 김유곤 PD와 MBC 입사 동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성주는 EBS 육아 프로그램 <부모>의 MC를 맡는 등 평소 육아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기획 의도를 들은 김성주는 김유곤 PD와 의기투합했고 ‘아빠 어디가’는 MBC를 떠나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김성주가 다시금 MBC에 연착륙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다음 캐스팅 대상은 김유곤 PD가 연출한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가수 윤민수였다. 당시 작가로 참여했던 여현전 작가 역시 ‘아빠 어디가’에 합류한 후 윤민수 섭외에 동참했다. 여 작가는 지난 8월 진행된 방송작가캠프에서 “윤민수가 경연 전 ‘셀프 카메라’라고 해서 자신의 집에서 찍은 영상을 봤는데 그 때 처음 윤후를 본 후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을 제안한 후 윤후를 식당에서 처음 만났는데, 부끄러워 눈을 가리고 인사하는 모습과 달걀을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윤후는 앉은 자리에서 계란 프라이를 4개나 먹어 치웠다. ‘아빠 어디가’의 초반 인기를 견인한 ‘윤후 먹방’은 첫 만남 때 윤후의 모습을 염두에 둔 제작진의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성동일-성준 부자(위)와 이종혁-준수 부자.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던 성동일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들은 후에는 수락할 뜻을 밝혔다. 그도 결국 아빠였기 때문이다. 성동일의 아들 성준은 ‘성선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점잖고 의젓하다. 이는 아빠 성동일의 엄격한 자녀 교육에서 비롯됐다.
김유곤 PD는 “준이가 평소 아빠를 무서워한다. 준이가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준이가 주눅이 들어있다’는 말을 듣고 성동일이 놀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성동일은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조금이라도 간극을 줄이기 위해 ‘아빠 어디가’를 선택한 셈이다.
배우 이종혁의 출연 과정은 간단했다. 그는 절친한 성동일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 없이 합류했다. 김유곤 PD가 사전 미팅을 위해 이종혁의 집에 방문했을 때도 준수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온 집안을 뛰어 다녔다. 이종혁의 자유방임식 육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빠 어디가’ 제작진이 캐스팅 후보군을 정할 때 제1원칙은 ‘아빠도 아이도 예능 경력이 별로 없을 것’이었다. 여현전 작가는 “특히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방송 경력이 전무한 아이들을 찾아 헤맸다”고 전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한 차례 방송된 SBS <오 마이 베이비>는 부자-부녀를 넘어 할아버지와 손자로 가족 관계를 확장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실제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오 마이 베이비>에는 아역 배우 최로운과 그의 할머니, 그리고 다문화 가정 한 팀이 출연한다. 대중에 얼굴이 익숙지 않은 일반인을 내세워 시청자들에게 보다 공감 가는 예능을 제시하겠다는 제작진의 복안이었다.
연출을 맡은 배성우 PD는 “꾸미지 않는 재미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연예인과 일반인을 함께 등장시켜 재미를 주는 동시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이런 취지를 전해들은 이들이 흔쾌히 출연에 응했다”고 밝혔다.
배성우 PD는 과거 <놀라운 대회 스타킹>과 <있다 없다> 등 대중과 소통하는 프로그램과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이런 강점을 부각시킨 <오 마이 베이비>는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정규 편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배성우 PD는 “손자를 1년간 키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하찌의 육아일기>를 보고 이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가족 간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관찰 예능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