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의원들이 6일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했다. 일요신문 DB
가장 대표적인 게 앞서 언급한 전교조 법외노조화 결정이다. 해고자 9명에게 조합원 자격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6만여 조합원을 거느리고 15년 동안 합법 노조로 활동해 온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교조가 해고자들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법원의 시정명령을 무시해 온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교조를 불법 노조로 규정하게 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지속적으로 과태료와 벌금을 내면서 위법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기업들이 부지기수고, 심지어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정부 예산안 처리시한도 매년 어기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조치가 실정법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을 이유로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도 대표적인 과잉대응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 중이던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 및 활동정치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결정하고, 박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았다.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헌재는 지난 14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제출한 의견서와 증거자료 등을 검토한 뒤 추가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내용의 보정명령을 내렸다. 법무부가 헌재에 의견서와 함께 8000여 페이지의 증거자료를 제출했는데도 헌재는 정당 해산 필요성 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향후 전망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석기 의원 등이 결성했다는 혁명조직 ‘RO’에 대해 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하지만,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그게 진보당 해산 명분이 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진작부터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 혐의의 주체를 RO라고 판단한 것처럼 RO를 진보당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월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를 규탄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에 대한 여권과 검찰의 대응 과정도 논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시사 발언을 했고, 이런 문제점들을 감추기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폐기하기까지 했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까지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난 15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이제까지 여권과 국정원 등의 대응이 그야말로 ‘오버’였음을 확인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 수정이 이뤄졌지만, 이는 대화록 폐기나 삭제가 아니라 수정이었다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은 참고인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에 출두를 시키고 피의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서면으로 조사하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 편파 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김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 대선 당시 유세 과정에서 NLL 대화록을 입수한 것처럼 발언한 배경에 대해 “찌라시(사설 정보지)의 내용을 옆의 사람들이 파악해 보니 사실인 것 같다는 보고서 형태의 문건이 있었다”고 해명, 야당으로부터 ‘찌라시 정권’이라는 비난을 샀다. 김 의원은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다.
검찰이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도 또 하나의 과잉대응 사례로 꼽힌다. 전교조와 전공노의 불법 정치활동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검·경이 이 잡듯 뒤져 처벌과 징계를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 착수 직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무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 댓글만 달았느냐”는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됐다는 점도 이번 수사를 순수하게 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과잉대응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여권 내에서도 ‘공안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권력의 과잉이 국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로 다가가는 것은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국민들에게 편파적인 정권으로 비치기 시작하면 모든 국정운영이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반대세력을 제압하려는 여권 수뇌부의 과잉충성은 대통령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