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의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역별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강원도와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전국 지역에 있는 실행위원들이 발표된 셈이지만 핵심 인사가 없다는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도 그럴까? <일요신문>은 내일 실행위원들의 조직 구성과 정치인들의 면면을 분석해 봤다. 자료는 내일 측이 발표한 실행위원 명단과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했다.
내일 실행위원들은 크게 특정 당에 소속돼 있거나 정치 활동을 한 정치 관계자와 정치 활동 경력이 없는 시민 인사들로 구분된다. 각 지역에 소속돼 있는 실행위원들은 대부분 비정치인들이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요신문> 분석 결과 정치 관계자는 서울에서 113명 중 13명, 경기·인천은 전체 100명 중 15명, 전북은 총 86명 중 18명, 광주·전남은 123명 중 23명, 제주는 9명 중 1명이었다. 비교적 전체 인원이 많지 않은 대전은 정치 관계자가 총 32명 중 7명이었고 충청남·북도는 30명 중 9명이었다. 또한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경남은 41명 중 1명이다.
비정치인들 중에서는 각종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교수, 변호사 출신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진해 있다. 최주영(경실련) 유경규(민주노총) 윤성근(아동청소년) 김환승(하남YMCA 이사) 안영숙(시인) 김영근(한국NGO학회 사무총장) 서민정 김종민 변호사 등과 김성중(응급의학과) 홍경표(내과) 고종군(외과) 등 의료계 전문가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중이 알 만한 시민 인사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일 실행위원 명단에 눈에 띄는 인사가 없다는 지적은 정치권과 관련 있는 실행위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실행위원에 속한 정치권 인사들은 주로 지방의회 의원 출신들이 많았다. 현직인 천범룡(관악구의회 의장) 조동수(계양구의원) 김종식(군산시의회 부의장) 배승철(전북도의회 부의장) 천중근(전남도의원) 황인호(대전시 동구의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직 의원들이다.
정보영 전 홍성군의원은 지난 2012년 재·보궐 선거 때 충남 홍성·예산군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그는 올해 초 민주통합당 지역위위원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나왔으나 재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최장집 교수(오른쪽)가 내일 이사장직을 사퇴하는 등 안 의원의 리더십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충청권 실행위원인 김기호 씨는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지고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을 지지했다. 이후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보령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지역권에서는 이번 안철수 신당행을 통해 그가 내년 보령시장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대의 전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서 정통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했지만 당선에 실패했다.
현직인 고남종 충남도의원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측근으로 한나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옮긴 바 있다. 현재 무소속인 그는 이미 예산군수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부산·경남 지역의 유일한 정치인 출신 실행위원인 강신원 전 함양군의원은 지난 2002년 무소속으로 처음 당선된 후 2006년부터 꾸준히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실행위원들 중에는 과거 부정선거 논란을 일으켰던 김태훈 전 대전시의원도 포함돼 있다. 그는 2008년 7월 대전시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부정선거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선거 당시 심사에 참여하면서 주류 측 의원들의 이탈 방지를 위해 투표용지에 투표자를 알 수 있도록 도장으로 특정 표기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현재 대전 중구청장 후보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내일 실행위원으로 인선된 지방의회 의원들은 주로 민주당 출신들이 많지만 새누리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열린우리당 등 다양한 정당 출신 인사들이 고루 분포돼 있다. 이제는 사라진 과거 정당도 적잖아 ‘정당사’를 보는 듯하다.
각 의회 홈페이지와 실행위원 명단을 통해 확인된 정당으로만 추산해도 경기·인천에 민주당 출신이 6명, 새천년민주당이 2명, 새누리당(한나라당) 출신이 2명, 진보정의당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이 각각 1명씩 있다. 서울 실행위원들 중에는 민주당 출신이 6명, 국민회의 출신 3명, 새누리당 열린우리당 개혁국민정당 청년당 출신 인사가 각각 1명씩 있다. 충청권 실행위원들은 민주당 출신이 2명, 국민참여당 새천년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중당 자유선진당 출신이 각각 1명씩 있다.
이처럼 진보와 보수, 과거 정당 출신인들이 포함된 것에 대해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는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민주당 출신이나 새누리당 출신 등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를 받으면 또 당의 색깔이 무엇이냐고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 실행위원들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지만 특히 호남권에 실행위원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내일 측이 발표했던 1차 실행위원 68명도 모두 호남권 인사들이었고 2차 발표까지 합하면 호남권(전북·광주·전남) 실행위원들은 모두 209명이다. 여기에 정치권 인사들은 모두 41명이다. 이는 서울 113명, 인천·경기 100명, 충청권(충북·충남) 30명에 비해 많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부산·경남 지역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부산·경남 지역은 41명이지만 정치 관계자가 1명뿐이다. 여기에 아직 내일 측이 강원도와 대구·경북 실행위원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 측이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반을 다져온 호남권에는 참여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인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거물급 인사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인재난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안 의원을 돕던 측근들이 직책을 사퇴하는 등 안 의원과 멀어지면서 그의 리더십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한 정치 전문가는 “그동안 리더십 문제가 있어왔고 최장집 교수가 나간 이후 더 심각해진 것 같다”며 “그런 곳에 거물급 인사가 굳이 들어가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내일 실행위원들 안에 거물급 인사가 없는 것에 대해 안철수 측 관계자는 “실행위원은 말 그대로 실행위원이다. 그 지역에서 할 사람인데 얼마나 중량감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 새누리당 시의원도 대중들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정치모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구성원을 뽑는 싱크탱크는 없었다”며 “지역 구석구석까지 그 사람들이 현장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새로운 정치모델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의원 측은 “그동안 안 의원이 대중들에게 ‘새정치’에 대해 많이 말해 왔지만 딱 A4 용지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부터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