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는 말이 나와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2010년 6·2 지방선거 당일 저녁 한나라당 당사 선거상황실에서 주요 당직자들이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박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와의 간담회 후일담이 전해지는데 요지는 이렇다. 박 대통령과 테이블에 앉은 자리에서 여권 소속 단체장과 야권 소속 단체장 태도가 많이 달랐다고 한다. 분위기가 냉랭했다는 말도 전해졌다. 야권 소속 단체장이 대통령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았고,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전국 각 지역의 행정력 누수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 올인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의 기관 관계자는 “지방선거 재목을 찾기 위한 의견수렴의 하나로 현장을 다녀오는 여권 인사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핵심 실세로 불리는 인사가 재목 발굴 미션을 맡았는데 아주 공을 들이고 있다는 말도 있다”며 참신한 공천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물갈이 시범지역’에 영남권이 꼭 포함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렇게 되면 영남권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현역 정치인은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현역들이 ‘김칫국’부터 들이마셨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 시도지사 공천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이인제, 박성효 의원(왼쪽부터).
서울시장을 놓고 7선의 정몽준 의원이 거론되는데 현역이 아닌 인물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온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유철 정병국 의원의 출마설이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투입설도 있다. 인천시장에는 이학재 박상은 의원에다 뒤늦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장에는 박성효 의원이, 충남지사엔 이인제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다.
“그런데 인재 발굴이 그리 쉽지 않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에서 보듯 많은 사람이 자리를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후보군 찾기도 다르지 않다. 인력난이 거듭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그간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시험대인데 이 정부를 아직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 아니겠는가. 대표적인 친박계인 이학재 의원이 인천시장감으로 뜨지 못하고,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꺾을 여권 후보가 보이지 않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항마가 마땅찮다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잘못하다간 괜찮은 현역이 줄줄이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지방권력을 장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선 차기 시·도지사들의 ‘대정부 충성도’가 제1 덕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인재를 발굴해도 정부 기조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죽 쒀서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래서 검증된 친박계 현역 의원들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 작업에 관계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은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의 ‘영남 파이브(five)’를 뺀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복지재원 부족 등으로 인해 지역의 숙원 SOC(사회간접자본)사업에 경고등까지 켜진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방선거 채비를 하는 현역들도 마음이 뒤숭숭한 상황이다. 알게 모르게 작업 중에 지방선거 전략이 대폭 손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준비 중이면 그 지역 의원들과 협의해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며 “그런 작업이 다 끝났는데 만약 위에서 찍어 누르면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는가”라고 했다.
내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현역 의원은 후보등록 신청 전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자칫 최악의 경우 의원직도 내놓고 공천도 못 받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선우완 언론인